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다가 들을수록 너무 좋아져서 무슨 곡인지 찾아봤던 노래가 있다.
백아의 <첫사랑>이라는 노래였다.
목소리가 깨끗하고 차분해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가사를 처음 봤을 때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무슨 뜻인지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 별도 달도 사랑한 우리의 파란 하늘은
손 닿을 필요 없이 부서진 은하수인 것 같아
열여덟 시절의 첫사랑을 묘사했다는데 현실의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로 사랑한 순수함이 담긴 가사이다.
사선을 트는 저 빛은 날 향해 불을 피우고
재가 되지 않으려 난 돌아서지만
빈 갈피에 차오른 우리라는 색은
완벽할 필요 없이 아름다운 영화였어
지나간 사랑을 추억할 때 이렇게 순수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 수 있는 건 재가 되기 전에 돌아섰기 때문일까?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서로가 미워지기 전에 끝을 맺어야 한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게 용감한 것인지, 아니면 겁이 많은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의 사랑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먼저 끝을 내는 걸 용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상대방에게 미운 사람으로 남을까 봐, 그 사람에게 자신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봐 두려운 게 진짜 속마음일 거니까.
미술 수업에서 아크릴화를 그렸다.
슬슬 단풍이 들고 있어서 나뭇잎을 알록달록하게 칠해보았다.
샴페인에 있는 많은 나무들에 모두 단풍이 들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
아크릴화나 유화는 덧바를 수 있어서 깔끔하게 그리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수채화가 가장 좋았다.
수채화는 물이 마르기 전에 빠르게 색을 섞어야 한다.
그렇게 물이 마른 자국이 그대로 남는 것이 수채화의 매력이다.
수채화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이 묻은 얼룩 때문에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우러져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