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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Apr 09. 2020

<세월호, 그날의 기록>과 그리스도의 사랑에 관하여

고통당하는 자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


4층 좌현 갑판에 물이 덮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든 학생들은 다행히 배에서 빠져나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구OO(17, 생존) 학생은 10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해경 구명보트를 발견했다. 수영을 못하는 안OO(17, 생존) 학생의 손을 꼭 잡고 헤엄쳤다. 구OO 학생은 탈출과정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힘은 부치고, 바닷물은 찼다. “이러다가 그냥 이렇게 바닷물에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겨우 구명보트에 도착했다. 두 학생을 끌어올리던 해경이 말했다.


“존나 늦게 올라오네, 씨발. 이 새끼 존나 무거워.”

“죄송해요.”


구OO 학생은 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구명보트에 타서도 학생들은 진정하지 못했다. 김OO(17, 생존) 학생은 바다에 빠지는 것이 무서워 노란색 팬더가 달린 로프를 몸에 감았다. 해경이 다시 말했다. 


“그거 빨리 놔라, 개새끼야.”

“안 돼요. 죽을 것 같아요.”


해경의 욕설은 계속됐다. 결국 김OO 학생은 몸에 꼭 감고 있던 팬더 밧줄을 풀어야 했다. 어디 다치지 않았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 해경은 없었다.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한 학생들은 123정 조타실 하부 침실에서 추위에 떨었다. 모포와 이불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OO (17, 생존) 학생은 저체온증으로 입술이 파래졌다. 함께 있던 구OO 학생이 “아까 욕설을 했던” 해경에게 물었다.


“친구의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이나 갔다 줘.”


<세월호, 그날의 기록>, 159-60.


———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는 “세월호”를 있는 그대로 읽기 위해서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구매했습니다. 이 책은 수많은 자료를 직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관련자들의 증언과 청문회 자료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정치적인 대응을 하기 전에,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들어보아야 합니다. 정확히 알기도 전에,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9 계명을 정확하게 어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인용한 부분은, 제가 책을 폈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대목입니다. 해경들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보다, 생존자 학생들이 겪어야 했을 공포와 두려움이 마음 아팠습니다. 헤엄쳐서 스스로 구명보트를 향해 헤엄쳐 온 자신의 존재가 겨우 “무거”운 무게에 의해 비하되며 욕설밖에 듣지 못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굴욕적이고 비참했을까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펐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모두 배제한다면, 저 인용한 글의 내용에서, 해경을 옹호하고 생존자 학생을 비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해경보다 고통 중에 버림 당한 생존 학생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이 우리가 그리스도께 배운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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