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의 진실성에 대하여
1. 저자의 목소리로 만든 오디오북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오디오북입니다. 미국은 원래부터 오디오북 시장이 매우 컸는데, 아마존에서 킨들북과 함께 오디오북 제작자들의 플랫폼인 ACX.com을 만들어서 아마존과 아이튠즈에 제공하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오디오북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퍼센트 이상의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오디오북의 특징 중에 하나는 저자가 직접 나래이터로 참여하는 오디오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 성우들이 분명히 발성 및 발음이 저자들보다 뛰어나지만, 저자들이 자신들의 책을 읽을 때 나오는 진실한 감정들은 오직 저자 본인만의 목소리로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내러티브의 진실성(The Faithfulness of A Narrative)
모든 내러티브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힘이 있는데, 그 고유한 힘은 내러티브의 진실성(the faithfulness of a narrative)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허구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해도, 그럴듯한 개연성과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반영이 이루어질 때 그 소설은 내러티브의 진실성을 가지게 됩니다.
한 개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삶의 내러티브들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언어로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형상화하지 못했다고 하여도, 우리 마음속 깊은 속에 그 내러티브들에 응축된 감정들도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내면의 심연 안에서만 존재하던 내러티브들을 언어로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들입니다.
3. <말하는 대로>의 내러티브의 힘
2011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함께 만든 노래, <말하는 대로>는 유재석의 개인적인 이야기의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고 난 오후에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들 중에 그들이 2020년에 다시 부른 <말하는 대로> 노래가 있었습니다. 이적의 노래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멋진 노래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대로>의 가진 노래의 힘은 유재석의 투박하게 부른 파트들에 있었습니다.
나 스무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특별히, 후반의 랩 파트는 유재석이 지금의 20대들을 응원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 가사가 아니라, 20대의 답답하고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고 그 먹먹한 마음에서부터 한 자 한 자 눌러쓴 가사들은 내러티브의 진실함에서 나오는 강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4. 이승환의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에 나타난 내러티브의 진실성
이 내러티브가 진실로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러티브의 진실함에서 비롯된 떨림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러한 떨림들이 우리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힘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대로>가 끝난 후 자동 재생된 노래가 이승환의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입니다. 이 노래는 MBC에서 만든 <휴먼 다큐 사랑>을 보고 이승환이 만든 노래입니다.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승환은 <휴먼 다큐 사랑>의 주인공의 스토리와 감정들을 음악이라는 곡조와 가사로 표현했습니다. 이 노래 역시 <휴먼 다큐 사랑>의 두 사람의 사랑을 진실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사랑에 공명된 이승환의 목소리와 감정이 어우러져 그 어떤 노래보다 “내러티브의 진실성”을 담은 노래가 되었습니다.
5. 내러티브의 진실성에 기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관하여
다음 주일은 부활주일이고, 이번 한 주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고난주간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경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그 이야기의 진실성의 힘에 기반한 영향력을 지금도 끼치고 있습니다. <말하는 대로>처럼 저자가 직접 노래하지는 못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처럼 예수님의 내러티브에 깊이 공감하고 공명된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서 예수님의 이야기가 진실되게 울려 퍼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오후에 들었던 두 개의 노래가 제게 준 교훈입니다.
p.s.
10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해서 링크해 드리는 노래 두 곡은 꼭 들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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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말하는 대로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휴먼 다큐 사랑>
<휴먼 다큐 사랑>과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관련 기사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