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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Apr 25. 2020

인생의 전환점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삶의 전환점에 끼치는 영향

인생에서 전환점이 만들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그 전환점이라는 것이 거대하고 엄청난 사건들인 경우보다 매우 사소해 보이는 일로 인해서 생길 때가 더 많습니다제가 11년 전에 읽었던 신문 칼럼 중에 그 칼럼 저자의 인생의 전환점을 소개한 것이 있었습니다제가 이제껏 본 어떤 사람들보다 특이해 보이는 전환점이었습니다그 칼럼은 야구를 좋아하는 한 변호사의 칼럼이었습니다한국 프로야구팀들 중에서 한화 이글스를 응원했던 구율화 변호사는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기적은 바로 그때부터 일어났다. 한화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10연승을 달렸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 베어스를 4전 전승으로 누르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니, 급기야 그해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9회 초에 장종훈 선수가 결승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그렇게 목이 메이게 기다리던 이글스의 숙원이 이루어지던 그때. 난 벼락같이 깨달아 버렸다.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란 없고, 나를 가두고 있던 것은 내가 원망하던 세상이 아니라 나의 패배 의식과 자괴감이었다는 것을. 내가 좌절감에 허덕이면서 하루하루 버텨 가는 동안 쉼없이 달려 기어이 꿈을 이루고 만 나의 팀이 그렇게 일깨워 주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나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 아니냐며 주위에서는 걱정의 눈길을 보냈지만, 그때의 나는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한화가 우승을 했기 때문에….[1]

 

야구팀이 우승한 게 무슨 큰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그 우승이 한 사람의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점이 특별히 눈길을 끌었습니다야구팀이 우승한 것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사법시험과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모든 야구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한다고 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하나의 사건이 한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일컬어지는 성 어거스틴도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부를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그에게 전환점이 된 사건은 매우 사소한 일상의 일이었습니다평소와 다를 바 없이 들릴 수도 있었던자기 집 근처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년 소녀들의 노랫소리가 그에게 하나님의 음성처럼 다가왔습니다.

 

갑자기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소년의 것인지 소녀의 것인지 나는 확실히 알 수 없었으나 계속 노래로 반복되었던 말은 “들고 읽으라, 들고 읽으라”(Tolle lege, Tolle lege) 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곧 눈물을 그치고 안색을 고치어 어린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할 때 저런 노래를 부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전에 그런 노랫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나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그치고 일어섰습니다...."[2]

어거스틴은 우연히 자신에게 들려온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그 음성을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소리가 어거스틴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그는 들고 읽으라는 그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듣고 성경 말씀을 읽게 되었고 회심과 구원의 은혜를 받게 됩니다그가 읽은 말씀은 로마서 13 13-14절 말씀입니다고백록에는 그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구절의 내용은 “방탕과 술 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쟁투와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3-14)였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읽고 싶지도 않고 또한 더 읽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구절을 읽은 후 즉시 확실성의 빛이 내 마음에 들어와(infusa cordi meo) 의심의 모든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냈습니다. [3]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는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한 사람은 야구팀의 우승으로 인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한 것이고다른 한 사람은 가장 위대한 신학자가 성경 말씀을 읽고서 변화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두 사례에서 유의미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삶의 태도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 사건 그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야구팀이 우승하는 것이 삶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면, 2010년대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어야 하겠지만 그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 있었다 하더라도 삼성의 우승과의 인과관계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4]

 

위 두 사례가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은 그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에 의해서 순간적인 깨우침을 얻을 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의 특별함이 아닙니다그보다 그 사건이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를 놓치지 않고 그 의미를 자신의 존재 전체와 자신의 생애 전체를 두고서 마주했다는 것에 있습니다어거스틴은 그 사건이 있기 전 하나님 앞에서 구원과 은혜를 간절하게 찾는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그가 동네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특별한 삶의 정황이 있었습니다또한 그 변호사 또한 학생 시절 자신이 응원하던 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삶의 문제 앞에 좌절하고 갈등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그래서 그녀는 “벼락같이 깨달아 버렸”고 그 야구팀의 우승이 자신에게 준 의미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어거스틴도 자신이 그토록 절실하게 찾았던 하나님의 뜻을 동네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통해서 그 순간 깨닫고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와 같은 일이 우리에게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는가입니다그것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난제이고신비의 영역에 속한 일입니다그래서 누군가는 그와 같은 일을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하고행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기독교는 그와 같은 일을 “은혜"라고 표현합니다하나님이 나의 삶에 주시는 메시지와 소명을 놓치지 않고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은혜의 영역에 속합니다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보내었던 좌절과 절망과 고난의 시간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하나님은 그와 같은 절망과 좌절이라는 우리의 삶의 정황 가운데 말씀하시고 찾아오시기 때문입니다


각주.

[1]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10624/38271309/5

[2] Augustine of Hippo, St. Augustine’s Confessions, 463–65. "Thus much I uttered, weeping, in the most bitter contrition of my heart: whenas behold I heard a voice from some neighbour’s house, as it had been of a boy or girl, I know not whether, in a singing tune saying, and often repeating: Take up and read, Take up and read. Instantly changing my countenance thereupon, I began very heedfully to bethink myself, whether children were wont in any kind of playing to sing any such words: nor could I remember myself ever to have heard the like Whereupon refraining the violent torrent of my tears, up I gat me; interpreting it no other way, but that I was from God himself commanded to open the book, and to read that chapter which I should first light upon."See another version of his Confession. Augustine of Hippo, St. Augustine’s Confessions, Vol. 1: Latin Text, 462–64. “Dicebam haec, et flebam, amarissima contritione cordis mei. et ecce audio vocem de vicina domo cum cantu dicentis, et crebro repetentis, quasi pueri an puellae, nescio: “tolle lege, tolle lege.” statimque mutato vultu intentissimus cogitare coepi, utrumnam solerent pueri in aliquo genere ludendi cantitare tale aliquid, nec occurrebat omnino audisse me uspiam: repressoque impetu lacrimarum surrexi, nihil aliud interpretans divinitus mihi iuberi, nisi ut aperirem codicem et legerem quod primum caput invenissem.”

[3] Augustine of Hippo, St. Augustine’s Confessions, 465. “I snatched it up, I opened it, and in silence I read that chapter which I had first cast mine eyes upon: Not in rioting and drunkenness,* not in chambering and wantonness, not in strife and envying: but put ye on the Lord Jesus Christ; and make not provision for the flesh, to fulfil the lusts thereof. No further would I read; nor needed I. For instantly even with the end of this sentence, by a light as it were of confidence now darted into my heart, all the darkness of doubting vanished away.”

[4] 물론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가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끼친 정신적인 피해는 야구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개인적으로는 부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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