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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May 17. 2020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나의 얼굴의 변화

중학교 때 저는 그렇게 밝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얼굴에 불쌍함이 묻어 있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얼굴이 그리 밝지는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끊임없이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흔들림 없는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여자 선생님이셨지만 남학생반의 질서를 유지하는 단호한 모습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 반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전교 1등도 하고, 내면이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는 갈 수 있을지, 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현실이었지만, 중학교 2학년 시절이 제 중학교 시절의 리즈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3 때는 학교 앞 서점에서 명심보감을 사서 하루에 한 두장씩 읽으면서 마음의 평안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1)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시기가 과학고 입시가 끝난 이후였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다른 방법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과학고 합격 후 지역 삼성조선소에 발행하는 잡지에 제 소식이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직원 가족 소식이라서). 그때 사진을 지금 보니 기쁜 일에 대한 인터뷰 사진인데도 사진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삼성조선소가 직원 자녀를 위해서 운영했던 장학교실에서 저도 공부를 했는데, 장학교실 실장님께서 저를 기특하게 생각하시고 많이 격려해 주시고 믿어 주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고2, 고3 담임선생님이셨던 강순복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마음에 평안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을 존경하고 따르는데, 강순복 선생님도 제게 그런 분이셨습니다. 목사 안수받고 처음으로 교회에서 설교했을 때, 강순복 선생님(그 교회 장로님으로 계셨습니다)이 청중으로 제 설교를 들으셨습니다. 또 우연히도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도 진주로 발령을 받아서 그 교회에 출석하고 있어서 저는 중1, 고2, 고3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분들 앞에서 설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중 3때 현충일 휴일 오전에, 선생님 집으로 찾아가서 고등학교 하이탑 화학 문제를 물어보았던 일은 지금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저로서는 목사로서 한 첫 설교를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들 앞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없이 큰 영광이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박사 논문 디펜스를 치르러 가기 전에 아내에게 부탁을 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커피와 간식을 도시락 가방에 넣고, 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으니, 교복 입은 학생 같다는 말을 아내에게 듣기도 했습니다. 중3 시절 사진과 비교해보니, 디펜스 날 아침의 사진이 훨씬 평안해 보였습니다. 불쌍함이 묻어 있던 얼굴이 평안함을 담은 얼굴이 되기까지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만남을 허락하시고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1) 그때 읽었던 명심보감 구절 중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찾아서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子曰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이니라. 번역> 공자가 말하기를, “하늘을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라고 하셨다. Master Gongja says the person who follows Heaven rises and the person who violates Heaven falls.
漢昭烈이 將終에 勅後主曰勿以善小而不爲하고 勿以惡小而爲之하라. 번역> 한나라의 소열 황제가 죽을 때 후주에게 조칙을 내려서 말하기를, “선이 작다고 해서 아니 치 말며, 악이 작다고 해서 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Emperor Soyeal in the Han dynasty issued a royal edict based on his last words to his son:  "Maintain good conduct even for trivial matters. Do not do ill even if it seems a trivial matter."


2) 휴일 오전에 결혼한 선생님(남자) 집에 찾아가서 화학 문제를 설명해 달라고 했을 때,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지금 생각하니 더없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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