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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May 29. 2020

코람데오와 타인의 시선

나의 민낯을 아는 이의 시선이 우리 삶에 주는 진정한 유익에 관하여

코람데오(Coram Deo: in the presence of God or in front of God's face)는 하나님의 현존 앞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하여도,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의 눈 앞에서 나의 삶의 전부와 존재 전체를 정직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책, Drucker on Asia에서 코람데오와 같은 맥락의 내용을 이야기합니다.1)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들을 만들었을 때, 아테네시의 회계 담당자는 페이디아스가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청구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합니다. 회계 담당자가 페이디아스가 요구한 금액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을 거부한 이유는 페이디아스가 아테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파르테논의 신전 지붕에 설치한 조각상의 보이지 않는 뒷면에 대해서도 비용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뒷 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각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아테네 시에서 페이디아스에게 비용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페이디아스의 대답이 피터 드러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말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틀렸습니다. 신들이 (뒷부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You are wrong,' Phidias retorted. 'The Gods can see them.'




우리는 일생 동안 타인의 시선이나 그들의 말과 평가에 의해서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는 다른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우리의 행동의 이유가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삶을 움직여 나가는 삶의 이유나 존재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줍니다. 피터 드러커는 이와 같은 삶을 "기여(contribution)"에 가치를 둔 삶이라고 설명합니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그 책은 저자의 삶을 끊임없이 움직여온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시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해서 먹고 삽니까?” 하는 그 말 한마디를 내 가슴속에 던져 놓고는.

한동안 나는 그 일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훨씬 뒤 내가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 아주머니에 대한 기억이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법정에 서서 주먹을 흔들며 양심을 거론할 때는 어김없이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나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고 이른바 청문회 스타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 아주머니가 던진 말 한마디가 가슴에 꽂힌 화살처럼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돈에 탐 안 내고 인권 변호사로서 오로지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이라고 신문이나 잡지에 기사가 나갈  때마다, 어디선가 그 아주머니가 그 글을 읽고 있지나 않을까, 나는 가슴을 조이곤 했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인권변호사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에 가장 깊은 곳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민낯을 다 보았던 한 가난한 의뢰인의 말이었습니다. 그 의뢰인에게 돌려 줄 수도 있었던 돈을,  변호사 사무실 형편 때문에 그는 계약 약관의 조항을 근거로 돈을 돌려 주지 않았고, 상심한 아주머니가 체념하면서 던진 그 한 마디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한 마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제든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한다고 해도, 자신의 민낯을 본 그 아주머니는 온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아주머니의 평가가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말이 평생 자기 자신을 반추하는 하나의 시선이 되었습니다.



나의 가장 낮고 초라한 모습을 아는 사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람데오의 정신처럼, 페이디아스의 생각처럼, 위의 책의 저자의 생각처럼, 우리도 나의 삶을 움직여가는 진정한 시선을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의 눈을 속여서 우리 자신을 포장하려고 하기 보다, 우리 스스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우리가 어떻게 나의 삶으로, 나의 존재 전체로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추동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을 꾸미기 위해 달려가는 삶이 아니라, 세상과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달려가는 삶.


1) Peter Drucker and Isao Nakauchi, Drucker on Asia, 104.
It is a story of the greatest sculptor of Ancient Greece, Phidias. He was commissioned around 440BC to make the statues which to this day, 2400 years later, still stand on the roof of the Parthenon in Athens. To this day, they are considered among the greatest sculptures of the Western tradition. The statues were universally admired, but when Phidias submitted his bill, the City Accountant of Athens refused to pay it. 'These statues', the accoundant said, 'stand on the roof of the temple, and on the highest hill in Athens. Nobody can see anything but their fronts. Yet, you have charged us for sculpturing them in the round, that is, for doing their backsides, which nobody can see.'

'You are wrong,' Phidias retorted. 'The Gods can se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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