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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Jan 25. 2022

<곤란할 땐, 옆집 언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책을 연결해서 서평 하기

"곤란할 땐, 옆집 언니" 책을 처음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당시 제가 강의하고 있던 "칼빈의 정치 윤리학" 내용이었습니다. 튜닝가(Matthew Tuninga) 교수의 책을 원서로 진행하려다가 번역본이 있는 튜닝가 교수의 지도 교수인 존 위티 주니어 교수의 "자유와 권리의 역사" 책을 텍스트로 삼아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제가 속한 교단 역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신 목사님이십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교회에 일본의 천황숭배를 강요하는 신사참배를 거부한 할아버지의 신앙의 유산이 저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권리와 자유의 역사>>의 저자 존 위티 주니어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라는 권리를 인간의 본질적 권리로 인류가 인식하게 된 데에 개신교의 기여가 매우 크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종교개혁의 전통을 진정으로 따른다면 다른 이들의 본질적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한편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은 오래된 권리헌장들에만 근거해 일어난 게 아니라 자유에 대한 성경적 소명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신약성경에는 자유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격언이 나와 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갈 5:1),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갈 5:13),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고후 3:17), "(너희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너희가 참으로 자유로우리라"(요 8:36), 너희에게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가 있느니라(롬 8:21). 이 구절들을 포함해 다양한 성경구절들에서 영감을 얻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독일에서 교회가 교황의 폭정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평신도가 성직자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것, 양심이 캐논법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국가가 교회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것 등의 주창하며 자유(libertas, Freibeit)의 이름으로 종교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존 위티 주니어, <<권리와 자유의 역사>>, 60.


Hier stehe ich / ich kan nicht anders /
 Got hilffe mir. Amen.

“Here I stand. I cannot do otherwise.
God help me. Amen.”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교황과 공의회에 잘못된 결정에 단호히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양심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권위도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것을 강요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선언은 공식적으로 종교 권력인 교황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은 자유였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 전통을 이어받은 장로교 헌법에도 정치원리의 첫 번째 원리를 "양심의 자유"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양심을 주재하시는 이는 하나님뿐 이시다. 그가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그 말씀에 위반되거나 탈선되는 사람의 명령이나 교리를 받지 않게 양심의 자유를 주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종교에 관계되는 각 항 사건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고, 각자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으므로 누구든지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 역시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불의에 저항하며, 신앙 양심을 지키는 길을 저자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신앙의 핵심을 손녀가 재해석하여 탁월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할아버지의 신앙 유산을 다른 이들보다 더욱 존중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저자에게 많은 축복을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 나갈 친구이며 엄마 같은 남편을 만난 것과 적절한 삶의 도전과 텐션으로 주어진 "두 아들"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좋은 친구들의 존재가 그녀가 하나님께 받은 축복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지한 이야기로만 일관하지 않고 위트와 유머와 해학이 넘쳐나는 글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곤란할 때에만 읽는 책이 아니라, 위급할 때, 답답할 때, 삶의 지혜가 필요할 때에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미뤄둔 숙제 같은 서평을 이렇게 마무리하며 <<곤란할 땐, 옆집 언니>>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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