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마음의 친구에게 24년 만에 은혜를 갚다
고등학교 동기 카톡방에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친구의 이름을 보자마자 개인적으로 꼭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착한 친구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착한 사람 한 사람을 꼽으라면 고민 없이 이 친구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의료진이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할 만큼 형수님께서 아프셔서 병원비와 헌혈증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형과 교대해 가면서 병실을 지키다가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에 과외를 몇 개씩 하러 나가던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카이스트에 간 동문 선배들까지 헌혈증을 보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도움을 준 친구들 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친구가 이번에 부친상을 당한 그 친구였습니다. 한 달 동안 수고해서 받은 과외비를 그대로 저에게 입금해 주었습니다. 그때도 지금에도 쉽게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없는 큰돈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저도 제게 있는 돈을 선뜻 내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Copyright 2000, Warner Bros. >
2001년에 개봉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의 원제는 <PAY IT FORWARD>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케빈 스페이시은 주연을 맡아 유진 시모넷이라는 중학교 사회 선생님 역할을 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일을 실천해 보라는 과제를 내게 되었고 그 중 한 학생이 타인에게서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자는 PAY IT FORWARD 운동을 벌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도움을 받은 이에게 pay back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pay forward 하여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자는 주제가 영화 속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저도 제가 받은 사랑을 pay it forward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받은 은혜를 타인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 데에는 그 친구가 24년 전에 제게 베풀어준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동기들이 단체로 보내는 조의금 외에 따로 개인적으로 조의금을 보내면서 24년 전 그때 너무 고마웠다는 인사도 함께 전했습니다. 제가 알고, 제가 믿는 하나님의 사랑을 저보다 더 잘 실천하는 그 친구와 가족들에게 아버님 장례 가운데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