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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호 Oct 11. 2022

생애 첫 주례사

신랑보다 더 긴장한 주례자의 주례사

어제 생애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례를 하기 매우 이른 나이이기도 하고,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어서 잔뜩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신랑은 여유가 넘치는데 주례자만 긴장한 결혼식이었습니다.


다음은 제 생애 첫 주례사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고린도전서 13장 4절부터 7절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겠습니다. 

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5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6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7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혼은 사랑 위에 세워지고 사랑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두 사람을 지켜주고 붙들어 주는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해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이 말씀의 청자는 첫째 신랑 신부입니다. 둘째는 여기에 이 결혼의 증인으로 모인 모든 사람들입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기쁨을 주었던 서울대 정치학과 김영민 교수는 자신의 제자의 주례사에서 다음과 같이 주례사를 했습니다. 


 “부부싸움의 와중에도 상대가 잘생겨 보이면 저절로 화가 누그러진다고 합니다. 화목하게 지내다가도 상대가 못생겨 보이면 저절로 화가 나서 싸우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얼굴이란 가정의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입니까?”

[결혼식에서는 위 인용구까지만 읽었지만 뒷부분도 읽어도 괜찮습니다.]


 결혼생활을 하다가 느닷없이 배우자가 화를 내면, 십중팔구 당신이 못생겨서입니다. 다른 이유로 화를 내려다가도 상대가 잘생겼으면 화를 참았을 테니, 결국 배우자가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못생겨서입니다.

김영민 교수의 주례사는 사실 얼굴이 잘 생겨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늙을 것이고 얼굴도 변할 테지만 한 사람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은 그 얼굴에 나타나는 밝은 빛이 있기 때문이니 그 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삶의 지속적인 기쁨을 추구하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분께서 가장 아름답게 꾸민 오늘뿐만 아니라 삶의 남은 날 동안 계속해서 빛날 수 있는 길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함께 하신 하객 여러분들께서도 여러분 얼굴을 기쁨으로 빛나게 하는 방법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도 바울은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어떤 봉사나 희생도 사랑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3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온전하고 완전한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제한적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도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여 내 행동은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악의적으로 이해하고 화를 낼 때가 많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완전하신 하나님의 사랑이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도무지 건널 수 없는 강과 같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님의 사랑이 나의 마음속에 채워지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의 사랑은 제한적이고 파편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은 언제나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모든 온당한 행동들을” 하도록 사람을 인도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며, 우리를 변화시켜 사랑의 수고를 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사랑으로 역사하며, 사랑의 수고를 성실히 감당하는 남편과 아내는 믿음 위에 선 가정을 세워갈 수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오직 사랑 안에서만 세워집니다. 한 사람이 궁극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 안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을 때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경험하는 행복의 크기는 우리가 받는 사랑의 정도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인생 최대의 행복, 궁극적인 행복, 완전한 행복은 오직 하나님 안에만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며 사랑하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우리 안에 회복시키시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시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마다하지 않는 사랑, 실망하고 외면당하는 사랑을 감당하셨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하는 그 사랑을 하셨습니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를 초대하셔서 완전한 행복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하나님의 사랑의 빛을 마음에 담아 상대를 사랑하면 남편의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나며, 아내의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날 것입니다. 


“오래 참고(인내)”와 “온유하며”는 언제나 함께 합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말하는 사랑의 첫 번째 특성은 “오래 참고”입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인내는 “복수심을 갖지 않은 채 악과 손해를 참아”내고 “받은 손해를 지속적으로 참아”내며 “사랑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기독교적 “오래 참음”은 온유한 마음과 언제나 같이 있어야 합니다. 온유한 마음이 없이 다른 사람이나 어떤 일에 대해서 오래 참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분노를 폭발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참음”은 오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일 모두를 참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참으려면 작은 일만 참고 큰 일에는 참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작은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억울하고 부당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래 참음의 대상의 다양해질 것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인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결혼한 남편과 아내 사이에 다툼이나 원망 오해가 없을까요? 세상 모든 사람은 다 싸워도 우리 커플은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근거 없는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선배 기혼자들이 임상적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겪으면 원망하고 분노하고 상대방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억울한 일과 부당한 일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신은 상처를 받았을 때, 즉각적인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어떤 해를 입더라도 여전히 고요하게 평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상처를 견디며 온전히 자신을 지켜냅니다. 그리고 억울한 마음으로 서운한 남편이 아내를 온유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바라봅니다.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아내가 남편을 온유한 마음으로 오래 참으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어 줍니다. 이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너희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는 누가복음 21장 19절 말씀이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걸어가는 결혼 생활에는 하나님의 기적이 필요합니다. 내가 선의로 한 행동을 상대방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비난할 때 얼마나 억울한 마음이 들며 상처를 받으며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인지상정으로 화를 내며 다툴 수 있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심각하게 다투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사랑만으로 가정을 온전히 세워갈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사랑이 남편과 아내에게 주어지고 그 사랑을 붙들고 살아갈 때 서로에 대해서 오래 참고 온유한 마음으로 서로를 용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기적입니다. 오늘 남편과 아내로 서약하며 결혼하여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가정을 이룬 정OO 홍OO 두 분께서 부족한 인간의 사랑만 붙잡지 않고 완전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서로를 용납하고 품어주는 기적이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일어나길 소원하고 축복합니다. 


제가 두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결혼한 두 사람을 기억하시고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으로 두 사람이 한 몸 되어 하나님의 하나 되심과 사랑을 증거 하는 가정을 세워가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참된 권위와 순종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가정이 되게 하옵소서. 참된 사랑의 모범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붙드는 가정으로 이 가정을 세워 주옵소서. 오직 이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를 붙들고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이 가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을 믿습니다. 삶에서 만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내하며 온유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게 하옵소서. 이 가정을 하나님의 복을 부어 주셔서 이 가정이 온 세상을 향한 복의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이 가정을 위해서 쉬지 않고 기도하며 사랑으로 인도하는 믿음의 부모님들을 붙들어 주시고 양가 부모님의 가정 위에 은혜를 부어 주옵소서. 이 혼인예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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