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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27. 2019

파김치

밥상 위 응원가

파김치를 담가 봅니다.

생애 첫 파김치 만들기입니다.

선물 받은 쪽파를 버릴 수 없기에

인터넷에 떠도는 레시피를 참고하는 중입니다.

대충 양념장을 만들고

파 하나하나 손질을 시작합니다.

시든 부분을 제거하고,

더러운 부분은 벗겨내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파를 손질합니다.

서너 점식 막 집어 먹을 때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처음에는 나눠먹을 계획이었는데

그냥 혼자 먹어야겠습니다.

이런 수고로움까지 함께

먹어줄 이가 있다면 모를까

남 주기에는 너무 많은 손길이 묻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파김치는 한쪽씩만 먹을 겁니다.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손길까지 느끼면서 먹을 겁니다.

밑반찬이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도 않을 겁니다.

밥상의 한편이 아닌, 정중앙에 놓을 겁니다.

곁들이는 음식이 아닌 파김치 자체로 먹을 겁니다.


많은 손길과 그 보다 더 긴 시간의 숙성을 거친 파김치가

마트에서 사 온 대충 구운 고기에게 밥상의 중앙을 양보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세상이라는 밥상 위에 누군가는 중앙을 차지하고

누군가는 젓가락질 한번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지만,

수고로움과 숙성의 시간을 거치고

밥상 위에 당당히 자리 잡은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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