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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10. 2020

꼰대의 항변

이런 글을 올리면 저희 병동 간호사들이

자기들에게 하는 말인 줄 오해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해당사항 없어요ㅎ"



1]

새로운 운동을 배우러 갔다.

선생이 기본자세를 가르쳐 주며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아무런 배경지식의 전달 없이

불편한 자세를 강조한다.

중요하니까 따라 하고, 익히라고 한다.

이런 불편한 동작을 역사와 전통이랍시고

그저 따라 해야만 하는 것일까?


2]

새로운 관원이 등록했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동작의 이유를 몇 번이고 설명했는데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럼 방구석에서 운동하지 체육관에는 왜 왔니?

오랜 시간 유지되고 있는 것에는

그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다.

충분히 설명을 해줘도 시간이 지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쯤에야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저 따라 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우선 되기도 하기에

반복하고, 숙달하게끔 지도한다.

자신만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기본기를 다지고,

관련된 것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확실히 젊은 틈에 끼일 나이는 아닌가 보다.

두 번째 글에 감정이입이 더 된다.

윗사람의 눈치보다

아랫사람의 평판이 더 신경 쓰이는 요즘이다.

젊은이 틈에도 늙은이 틈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간한 나이이지만

꼰대 타이틀 붙더라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젊은이의 반대말로 늙은이를 선택하였으니 연배 있으신 분들의 오해가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느 순간부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젊은 층의 말이다.

그 의미 중에 '구태의연하다.' 말이 있어 사전을 찾아보니

시간은 흘러가는데 전혀 발전도 없고 변화도 없는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한다.


전통적 가치를 무조건 따르라는 늙은이와

전통적 가치의 이유도 모르고, 무조건 싫다는 젊은이가 싸우고 있다.

몇십 년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관성으로 그 가치를 이어나가고

있다면 늙은이는 반성해야 한다.

그 가치의 이유를 설명해줘도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젊은이라면 늙은이를 꼰대라고 욕할 자격이 없다.


"이 회사는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지?"

경력직으로 새로 입사한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면 뚜껑이 열린다.

업무를 파악하기도 전에

기존의 직원들을 한 번에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변화와 혁신을 하고 싶으면

기존 시스템에서 완벽한 일처리를 보인 다음 해야 한다.

그저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직급이라면 해당사항 없습니다.)


"어휴 이 집은 이것을 왜 이렇게 둬"

친하지도 않은 고모가 집에 와서

엄마의 살림을 욕하고 있다.

청소 한번, 설거지나 한번 하고 저런 소리를 하면

조금은 덜 미울 법하지 않은가?

이모는 걸레질이나 하고 나서

잔소리를 한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것일지도

(모든 고모를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 마세요.)


꼰대 편에 서서 꼰대가 되어본다.


잘 모르겠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방식과 가치를 그대로 따라라.

너네들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지금의 불만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고 완벽히 이해가 되었을 때

바꿔라. 그때 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아마.

대부분의 늙은이처럼

니들도 안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조금 불편해도 익숙한 것을 좋아하거든


이렇게 또 잔소리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다 널 위한 소리~♬

는 개뿔!

사실 너희의 행동이 나한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썩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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