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인 하루를 마감하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겨우 집으로 끌고 왔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하얀 벽과 나 사이의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본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탁자에 대충 던져둔 지갑이 눈에 들어온다.
두어 달 전 사놓은 복권이 밖으로 삐져나와있다.
별생각 없이 당첨번호를 맞추어 본다.
'오 4등~!'
오만 원에 당첨되었다.
종이 조각에 불과하던 녀석이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불운의 아이콘 인양 한숨을 내쉬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들뜰 필요가 있을까?
알지 못했을 뿐
두 달 전부터
지갑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인데
지금 당장
당신 지갑 속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행운을 꺼내 보길 바란다.
지급기한이 지나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