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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Feb 18. 2020

그녀를 떠나보내며.

'부산 70km '

이라는 표지판을 본 지 10초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오른쪽에서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방 500m 앞 우측 출구입니다. 서행하세요~."

???

[지ㄴ]떠나보내고 [티ㅁ]과 인연을 맺은 지 어언 3년,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 때마다

도로 표지판을 통해 경로를 정하고 나면, 그녀의 목소리로 확신을 얻곤 했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god '길')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고 나면 길을 찾는 것은 쉬웠다.

내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녀 덕분에

금세 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나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그녀를 의지했었던 3년이라는 시간이 가볍지는 않았나 보다.

짧은 시간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방향지시등을 넣고 우측 차선으로 차를 옮긴다.


주행 중이던 몇몇 차들이 우측 차선으로 옮겨 온다.

'부산 가시는 분인가?'

동지라도 생긴 마냥 안심이 된다.

혼란을 주던 그녀의 말에 신뢰가 생긴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우측 출구 나간다.

공사가 덜 끝난듯한 황량한 도로를 1분 정도 달렸을까?

이내 논두렁 같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이건 뭐지?'

심지어 앞서 가던 차량의 비상등이 반짝인다.

속도를 줄이는 앞차에 맞추어.

가속페달에 발을 떼고 비상등을 켠다.

뒤에서 따라오던 서너 대의 차량도 어느새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다.

갓길 쪽으로 정차를 하고 주변을 살핀다.

그녀는 직진을 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비포장도로는 어디로 연결된 것일까?

눈치를 보던 뒤쪽 차가 방향을 돌린다.

고민을 한다.

비포장을 그대로 달릴 것인가?

아니면 그녀를 무시하고 차를 돌린 것인가?

결국 차를 돌린다.

'경로를 벗어나셨습니다'

 U턴을 권하는 그녀를 무시한다.


찰나의 순간

뒤 따라오던 운전자와 눈이 마주친다.

'너도 티ㅁ?'


이후 카카오 맵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카카오에 협찬받은 것 없습니다.)


인생은 모르는 길을 달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표지판들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심지어 내비게이션이라는 물건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착 예정시간까지 알려줍니다.

표지판이 나의 목소리라면

내비게이션은 주변의 목소리입니다.

나는 내비게이션의 목소리를 선택을 했고,

같은 방향의 다른 차를 보고 나의 선택을 확신했지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핸들은 내가 잡고 있고

결정도 내가 한 것인데


여행자의 삶을 꿈꿉니다.

많이 다니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 않을 만큼

다니고  있습니다.

주변 분들은 제가 엄청 여유로운 줄 압니다.

사실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주변에서 아무리 이 길이 틀리다고 해도

남들이 다 다른 길로 가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내비게이션의 속삭임도

다른 차들의 방향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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