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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Feb 01. 2020

독감(인플루엔자)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선생님 감기 걸리셨어요?"

독감 시즌이 되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다.

두어 달 정도 마스크를 쓰다 보면 끈에 눌린 귀 뒤쪽이 짓무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계속 쓰는 이유는

첫 번째, 독감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 혹시나 모를 나의 독감으로부터 남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2년 동안 독감 환자 없이 잘 지나갔네요"

"선생님들이 잘해준 덕분입니다."

재직 중인 병원에서 17-18 시즌 이후로 독감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독한 감기 같아서 독감이라고 부르지만, 인플루엔자라는 정식 명칭이 있는 이 녀석이

2년이나 우리를 지나가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치료자가 잘해서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옳지 않다.

2년 전의 독감이 치료자의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전염병에는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경우, 회복기에 전염력이 있는 경우 등

각 질병마다의 특징이 있다.

또는 불현성 감염이라고 해서 전염력은 있으나, 질병에 대한 증상 없는 경우도 있다.

독감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고,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독감은 증상 발현전에도 전염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년 전

병원에 첫 번째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전 병동에 담당 환자가 있

전문의가 그 주인공이다.

이후로 병동마다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 전문의는 독감을 옮긴 주범인가?

그것은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첫 번째 사람인 것은 맞지만

독감에 걸린 첫 번째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정신의학과와 같은 장기입원자가 많은 병원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예방접종을 맞도록 독려하고, 손 씻기와 마스크 사용을 적극 권한다.

틈만 나면 병동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감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전 병원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첫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독감 바이러스가

이미 퍼져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마치 타이밍을 기다리는 시한폭탄과 같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잠복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복만 하면 다행이지만,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옮기기까지 하니 문제가 된다.

폐쇄된 병동 안에서 독감 환자 발생 이후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감염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단지 독감 유행 전에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거부했던 환자들이 야속할 뿐이다.


독감 환자 수는 초반에는 폭발적으로 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체기를 갔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가적으로

환자가 발생하지만, 항바이러스 복용 이후에 완치되는 환자도 있고, 주변 환자들도 그제야 경각심을 가지기에 일정한 유병율을 유지한다.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게 되는데. 우리끼리 말로 한 바퀴 다 돌고,

걸릴 사람 다 걸리고 나야만 끝이 나는 것이다.


전염병(감염병)은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애초에 모든 환자들이

적극적인 마스크 사용과 개인위생 및 손 씻기,

컨디션 조절을 잘했다면

독감이 왔어도 퍼지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매년 같은 시기에  독감은 유행한다.

그럼에도 설마 내가? 나는 감기 한번 걸려 본 적 없는 걸. 지금은 멀쩡하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닌다.

메르스가 유행했었고,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돌고 있다.

전염병을 막는 것은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지만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질병에 대한 감수성

가졌을 때 비로소 효과를 가진다.




폐쇄된 병원환경과 지역사회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질병에 대한 감수성에 대해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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