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배운다.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아!! (주왕산)
일행이 있다.
등산을 썩 즐기지 않는 친구이다.
환종주나, 하다못해 장군봉이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인데
친구의 마음을 움직일 재간이 없다.
대전사를 지나 산길을 걷는다.
'여기까지 와서 산책밖에 못하다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맑은 산 공기에 집중한다.
정비가 잘되어 있는 탐방로 덕분에
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걸어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조금 더 걷자."
일행도 동의한다.
길도 좋고 풍광도 좋고,
"괜히 세계 지질공원이 아니구나.'를 느끼던 중
가파른 계단과 돌무더기들이 나타난다.
'이제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하며 일행을 돌아본다.
"용추폭포까지만?"
폭포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 덕에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한걸음...
한 계단..
그리고 또 한걸음.
앞서가던 일행이 감탄을 지른다.
이국적인 풍경의 협곡이 눈앞에 나타난다.
주왕산을 처음 와 본다던 친구가 감탄을 하고
주왕산을 참 많이 와봤던 나도 감탄을 한다.
쉴 새 없이. 쉴 새 없이.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한참 등산을 즐길 때의 주왕산은
19km를 걷는 환종주가 당연한 것이었다.
목표로 정한 봉우리들을 발 밑에 두기 위함이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내가 기억하는 주왕산이었다.
다른 매력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했다.
환종주의 마지막 구간인 장군봉 하산길에서 보이는 기암이 (아래 사진)
주왕산의 최고 매력이라고 전하고 다녔을 정도이니 알만하지 않은가?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며 만족했던,
정상에 오르기 위한 그 노력을 정답이라 여겼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오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던,
그런 주변인을 비난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정상만을 탐했다면,
등산을 싫어한 동료가 없었다면,
조금만 더 걸어볼까라는 생각을 싹 틔워준
표지판이 없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내가 그토록 찾고 바라던 것들은
어쩌면 위가 아닌 아래에 있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