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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31. 2022

산에서 배운다.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아!! (주왕산)

일행이 있다.

등산을 썩 즐기지 않는 친구이다.

환종주나, 하다못해 장군봉이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인데

친구의 마음을 움직일 재간이 없다.


대전사를 지나 산길을 걷는다.

'여기까지 와서 산책밖에 못하다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맑은 산 공기에 집중한다.

정비가 잘되어 있는 탐방로 덕분에

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걸어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조금 더 걷자."

일행도 동의한다.


길도 좋고 풍광도 좋고,

"괜히 세계 지질공원이 아니구나.'를 느끼던 중

가파른 계단과 돌무더기들이 나타난다.

'이제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하며 일행을 돌아본다.

"용추폭포까지만?"

폭포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 덕에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한걸음...


한 계단..


그리고 또 한걸음.


앞서가던 일행이 감탄을 지른다.

이국적인 풍경의 협곡이 눈앞에 나타난다.

주왕산을 처음 와 본다던 친구가 감탄을 하고

주왕산을 참 많이 와봤던 나도 감탄을 한다.

쉴 새 없이. 쉴 새 없이.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한참 등산을 즐길 때의 주왕산은

19km를 걷는 환종주가 당연한 것이었다.

목표로 정한 봉우리들을 발 밑에 두기 위함이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내가 기억하는 주왕산이었다.

다른 매력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했다.

환종주의 마지막 구간인 장군봉 하산길에서 보이는 기암이 (아래 사진)

주왕산의 최고 매력이라고 전하고 다녔을 정도이니 알만하지 않은가?

환종주 구간과 장군봉에서의 한 컷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며 만족했던,

정상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정답이라 여겼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오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던,

그런 주변인을 비난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정상만을 탐했다면, 

등산을 싫어한 동료가 없었다면,

조금만 더 걸어볼까라는 생각을 싹 틔워준

표지판이 없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내가 그토록 찾고 바라던 것들은 

어쩌면 위가 아닌 아래에 있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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