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부산사람은 해운대에서 해수욕을 하지 않는다.
해운대의 백사장이 푸른빛 전구들로 넘실거린다.
파도치는 바다를 표현한 듯하다.
매년 겨울, 해운대역에서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주 도로에서
열렸던 <빛축체>가 해변까지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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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
'몇 대' 해수욕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해수욕장을 방문하게 될 때면,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이 들곤 했다.
해운대와 비슷하거나 나름의 특색이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휘황찬란한 해운대에 길들여진 눈에는
꾸밈없는 시골 해변이 밋밋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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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차고, 어느 순간부터 해운대를 잘 찾지 않는다.
해운대에서의 해수욕은 군 입대 전인 이십 대 초반이 마지막 기억이다.
최근에는 동백섬 산책이나, 이른 아침의 미포항을 방문할 때나
해운대를 지나친다.
불편한 주차와 많은 인파가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피서철 전후로 해운대를 찾아야 할 만한 이유들이 생겼다.
5월의 모래축제와
11월의 빛 축제이다.
여전히 여름에는 해운대 인근을 피해서 다니고 있지만,
5월과 11월의 해운대는 한 번은 와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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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해운대를 다녀온 후 일기를 적을 때면
해운대해수욕장이라는 명칭을 적을 수 없었다.
해운대와 해수욕장이 같은 말인 것 같아
마치 '해수욕장 해수욕장'이라고 두 번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해수욕장'이라고 적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해변이
나에게 그저 그냥저냥인 해수욕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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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를 짧은 글로 표현하기가 정말 힘들다.
너무나 많은 추억의 단편들과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있기에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청소년기에 가출 후 방황했던 곳이었고,
친구들과 물놀이 후 백사장 구석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었고,
여름철이면 헌팅을(부산말로 '까데기 치기') 위해 잔뜩 멋 부리고 누볐던 곳이기도 하고,
열대야를 피해 돗자리 하나 깔고 밤을 보내기도 했었고,
새해 첫날의 일출을 보기 위해 추위에 떨었던 적도 있었고,
드라마 촬영 중인 연예인을 처음 본 곳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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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추억들로 기분이 좋아진다.
더 자주 찾아와야 할 이유들이 필요하다.
자주 찾지 않아 잊고 있었지만,
사실 해운대는 나의 첫 번째 바다이다.
해운대 빛축제는 2020년 1월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