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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Sep 11. 2019

대한민국 경찰에 고함.

정신병원 응급입원에 대하여.

"## 경찰서 ##지구대입니다. 응급입원이 가능한지 문의드립니다."


지난 4월 진주에서 조현병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사람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숨졌다. 사고 이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여 수차례 112로 신고된 이력이 있었기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었다.


지난 십여 년간 정신과에 근무하면서 받았던 응급입원 문의는 총 2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이후 위와 같은 응급입원 문의는 한주에 2~3회, 많을 때는 5회가 넘는다.

응급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유형 중 하나로 정신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 타해 위험을 보여 급박한 상황인 경우 의사/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의뢰를 하는 제도이다.
3일까지 입원이 가능하며(공휴일 제외) 이후에는 다른 입원 유형으로 변경해야 한다.


"안정실이 확보되지 않아 당장 입원은 어렵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 숨이 들려온다.

방법이 없겠냐며 호소를 하는 경우도 있고, 왜 안정실이 없냐고 비난부터 하는 사람도 있다.

자타해 우려가 있거나 환자가 요청하는 등 몇 가지 경우에 한해 격리(1인 보호실)나  강박(끈이나 천을 이용하여 팔다리를 침상에 묶는 것)이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지침을 따른다.)


왜? 안정실(격리실)이 없냐고?

안정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침상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기본적인 지불제도 : 한 만큼 받는다.)를 시행하는데 반해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액수가제(1인당 금액이 정해져 있음)가 적용된다.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금액을 말한다.)

고로 '인당 = 얼마'라는 수익구조에서 병실을 없애가며 안정실을 추가로 만드는 병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예전에는 이 적은 수의 안정실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후 많은 환자들이 퇴원을 했고, 이후 상태가 나빠지면서 재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환자들은 보호 입원(보호자 2인에 의한 강제 입원)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짧은 입퇴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니 안정실 사용이 빈번해지고, 필요할 때 격리/강박을 시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응급입원이라는 정신과 입원 유형은 최근에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십여 년 전에도 있었다.

5년 전쯤 여자 환자와 그 환자의 아이가 동시에 입원한 적이 있다.

여자는 주요 우울증이었고, 아이는 정신지체였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이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치다시피 병원으로 입원한 케이스였다.

여자의 몸에는 크고 작은 멍이 있었고, 몇 개의 수술자국도 있었다.

남편에게 맞아서 치료한 흔적이라고 했다.

왜 이혼하지 않는지?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경찰을 포함한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편이 잠잠해지면 그냥 돌아갔다고 했다.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공익광고(가정폭력에 대한)가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고,

심지어는 주폭(음주상태에서의 문제행동)에 대해 가중처벌을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여기저기 붙여져 있었다

더불어 응급입원이라는 제도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경찰청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적은적이 있다. 왜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응급입원이라는 것을 시키 않느냐고?

해당 지구대가 어디인지 가르쳐 주면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대한민국 경찰에 고한다.

이전부터 응급입원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면,

아마도 거기에 필요한 인프라가 지금쯤은 완벽하게 구축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왜 당장 안정실이 없냐고 물어보지 마라.


보건당국에 고한다. 보건소에는 병원보고 고통 분담을 하라고 한다.

무조건 응급입원을 받으라는 거다. 병원을 관리하고 제제할 수 있는 보건소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 고통분담은 일선에 있는 간호사와 직원들이 떠안는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움직이지 않는 제도는  죽은 제도이다.

응급입원에 추가적인 수가를 제공해 봐라. 아마 응급입원만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병원도 생길 것이다.

건너들은 이야기에 행정 입원에 대한 예산이 전무하다는 말이 있다.

응급입원으로 입원하고 계속 치료가 필요함에도 입원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행정 입원이라는 제도로 잡아 주어야 함에도 예산이 없어 3일 후에는 퇴원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 입원은 강제입원의 한 유형으로 국가가 보호자가 된다.)

  

정치하는 분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의 막강한 권력으로  정신과 퇴원환자에 대한 재입원과 재원기간을  최근 2년을 기준으로

비교해주길 바란다. 한 정신과 환자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처음 3일에 90프로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선 치료자들의 고충을 알아주길 바란다. 행정 입원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주길 바라며

입원 초기의 추가적인 수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강제성을 띠는 정신과 입원 치료를 주장하는 글이 아닙니다.

현실성 부족한 제도에 대한 '울컥'을 옮겨

놓은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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