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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간호사 이야기
간호사의 업무
by
비열한백구
Jun 1. 2019
간호는 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환자를 돌보는 것에는 직접적인 것도 있고, 간접적인 것들도 있다.
대분부의 간호부서는 3교대를 한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의 3개의 근무로 하루가 이루어져 있다.
인수인계를 통해 업무의 연속성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쉽게 말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가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 근무자가 일을 이어받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이전 근무자의 일을 내가 이어받게 된다.
모든 일을 이어받는 것은 아니다. 각 근무마다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것을 우리는 Routine job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전 근무자가 이 Routine job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
그 일은 온전히 내 몫이 되고 만다. 나에게 반복적으로 추가적인 일을 만들어주는
간호사가 있다면, 결코 이뻐 보일 수가 없다.
간호사의 일은 90% 이상이 앞서 말한 Routine job이다.
파트마다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Routine은 그냥 Routine이다.
(수술실 경력이 있는 내 입장에서는
12시간 이상 진행되는 간이식 수술도 시간이 지나 보니 결국 Routine job이 되었다.)
이 Routine job은 지겨운 작업이고, 하나하나 쌓아가는 작은 블록 같은 것이다.
제대로 수행했을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실수했을 때는 여지없이 티가 나게 되어있다.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간호업무에 이빨이 맞지 않은 톱니바퀴 하나 끼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억지로 돌리다 보면 망가지게 되어 있고, 망가지는 쪽은 여지없이 연차가 낮은 간호사일 것이다.
간호사의 Routine job은 크게 어려운 일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어려워서 잘 못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실수는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다.
어떤 간호사가 말했다.
‘난 꼼꼼하지 않은 성격이라 이런 일 잘못해.’
이 말은
‘
나는
업무의 90%를 하지 않
겠다.’와
같은 말이다.
스스로를 ‘
나는
꼼꼼하지 못하다.’라
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일을 찾아 보길 바란다.
이미 간호사가 되어 있다면, 다른 간호사에게 90%만큼의 민폐를 끼치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길 바란다.
간호사는 칭찬받기 힘든 직종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간호업무는 잘하는 것이 티가 나지 않는다.
간호 업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백
번
,
천 번 잘해도 한 환자가 퇴원하면서 공식적인 불만을 표현한다면,
그 간호사는 불친절한 간호사가 되어 버린다.
간호사의 ‘태움’ 은 이미 유명하다.
한 간호사는 이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었고,
많이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많은 댓글들이 있었고,
그 댓글들을 보면서 태움에 관한 내 생각을 글로 써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이 글은 ‘간호사의 태움 문화’에 대한 변명을 위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태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간호업무에 특수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고,
이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대한간호협회 설문조사
40.9% 괴롭힘 당한 적 있다.
신규 간호사 1년 내 이직률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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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직장은... ㅜㅜ 중독을 공부하면서 나의 결핍된 부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에게 브런치는 감정의 배설구이자 정리된 서랍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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