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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May 19. 2019

술 먹으면 개가 되는 이유

제목이 과격한 감이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 중 하나다.

술에 취했을 때,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중독병동에 입원하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우리 아이는 술 안 먹었을 때는 정말 얌전하다’이다. 이 말은‘취했을 때는 정말 얌전하지 않다.’라는 말과 같.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다.

평소에는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술기운을 빌어서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탈무드에서는 인간이 포도나무를 키우고 있을 때 악마가 양, 사자, 원숭이, 돼지의 피를 거름으로 주어서, 술을 마시게 되면 처음에는 양처럼 순하다가 이후 사자처럼 사납게 되고,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다가, 더 많이 마시게 되면 토하고 뒹굴게 되어 돼지처럼 추해 진다고 한다.

술에 취하면 우리는 용감한 사자가 되기도 하고, 원숭이처럼 즐거워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정말 술에 힘일까?



술(알코올)을 마시게 되면 전전두엽이라는 곳의 기능이 제일 먼저 저하되게 된다.

전전두엽은 대뇌피질의 가장 앞쪽에 있고 이마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전전두엽은 관리, 계획, 평가,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부분인 전전두엽의 기능이 알코올로 인해 저하되면서,

내재되어있던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본능에 충실한 사람으로 되어 버린다.   

 



전전두엽은 18-21세가 되어야지 발달이 된다.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중심에서 말초의 순서로, 전체 활동에서 세부 활동으로 발달하는 원칙이 있는데,

노화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전반적인 기능이 나빠질 때는 역순으로 나빠진다.

뇌도 마찬가지이다. 파충류에 뇌라고 불리는 뇌간이 먼저 발달하고, 후두엽 쪽부터 시작하여 전두엽 방향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전전두엽이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게 된다.

그래서 알코올로 인한 뇌기능의 저하가 올 때에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첫 번째로 저하된다.   

 



결론은? 술 먹으면 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원래 그 사람이 그런 것이다.

그럼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감정표현에 인색하다. 심지어 감정표현을 저급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다가 연락이 닿았을 때,

우리는 ‘걱정된다, 섭섭하다. 질투 난다.’ 등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숨기고

단지 ‘화난다.’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에 건강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사람이라면, 또는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사람이라면, 술에 취해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매 전문의 나덕렬 교수님이 방송에 한 말을 빌리자면,

‘평소에 좋은 생각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았던 사람은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을 포함 한 뇌기능 저하가 와도 그런 좋은 부분이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늘 감사하고, 이쁘게 살아갈 수 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어쩌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잘 배웠더라면, 힘든 망상 속에서도 그 감정을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방법 말고,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

.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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