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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06. 2019

"당신이 옳다"

당신의 감정은 늘 옳다.

책을 선물 받았다.

올해 초부터 같이 일하게 된 선배 간호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업무성향이 맞지 않아 로테이션(Rotation) 초반부터 많이 부딪혔던 선배였다.

당신이 옳다

책 제목이 "당신이 옳다"이다.

나와 충돌했던 부분에 대한 사과의 의미인가 싶기도 한 책 제목이다.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독서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숙제 같은 기분이 싫고,

그런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마치 화장실 볼일 후 부한 뒤처리를 한 것 같 찝찝한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준 책이라  읽은 시늉이라도 해야 할 듯

해서 책을 꺼내 들었다.

모르는 내용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는 찝찝함도 없애야 했다.

그렇게 첫 장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절반 이상을 읽었다.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갔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이(내가) 느끼는 감정은 옳다."이다.

상황에 맞지 않은 감정이라도,

그 상황이 당신이(내가) 잘 못해서 생긴 이라도,

그 외에 어떤 경우라도,

당신의 감정은 늘 옳다.


감정이 옳다고 그 감정으로 인한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감정으로 인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감정을 수용한다고 그 행동까지 수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이 CPR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공감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연결점이 없는 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수용'이라는 것을 한다.

무비판적인, 무조건적인 그런 수용이 치료자에게는 필요하다.

그동안 글로 배운 수용을 써먹었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수용이라는 단어  입에 달고 살았다.

공감은 못해주더라도 수용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이 늘 옳다"

라는 명제가 뇌리에 박혔다.

스스로 표현하기도 부끄러운

감정들을 가져본 적이 있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매번 옳았다는

사실이 반갑다.

내 감정이 옳으니, 너의 감정도 옳다.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여유가 생겼음을 느낀다.

거짓 수용이 아니라 진짜 수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감으로 가는 길목에 수용이 있다.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공감과 수용을 구분하다 보니

서로 떼어놓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지난밤에 환자 두 분이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싸움을 했다.

중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님도 옳고, @@님도 옳아요"

로의 감정을 수용한다.

서로의 행동에 대한 사과를 한다.

감정에 대한 사과는 필요 없다.

우리가 느낀 모든 감정은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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