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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Dec 27. 2019

루앙남타 트레킹_Luang Namtha, Laos

크무족을 만나다


루앙남타에서 트레킹을 했다. 단순히 길만 따라 걷고 산책 수준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산도 넘고 정글을 헤치며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트레킹이다. 게다가 라오스에서 유일하게 국립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산속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는 코스다. 어쩌면 탐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트레킹은 사실 소수민족 출신 가이드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숲길이라 길을 찾는 게 어렵기도 하고, 이렇게 수익을 만들어 소수민족들의 발전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목적으로 이 트레킹을 셀프로 진행했다. 길이 어려운 건 크게 문제 될 게 없으니까.



코스도 있고, 트레킹을 진행하는 여행사들도 시내에 종종 있어서 다른 여행객들의 왕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걷는 내내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산림이 잘 보호되어있다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인위적인 모습이 전혀 없다. 대신 조금만 잘못하면 산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다. 갈래길도 많고, 길이 나뭇가지와 낙엽으로 덮여, 길이 끊긴 것처럼 보이는 곳도 많다. 실제로 돌아오는 길에는 길을 잃어버려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순간도 있었다.



여러 가지 루트 중 우리는 크무족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사실 그곳에 크무족이 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지도상에 마을이 보여 선택한 거다. 산길을 따라 세 시간 남짓 걸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의 기대는 소위 말하는 원주민의 삶을 기대했으나 예상외로 이미 개발 많이 되어있다. 코스 중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건 단순히 비수기였기 때문인가 보다. 마을에 홈스테이도 많고 심지어 소수민족 사람 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마을은 개발이 많이 된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삶은 현대적인 모습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아직까지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내 닭을 내가 길러 내가 잡아먹고, 개울가에 내려가 생선을 잡아 와 불을 피워 구워 먹는다. 낮시간엔 소쿠리를 둘러매고 산을 올라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캐온다.



학교가 있지만 선생님도 학생들도 전부 마을 주민이다. 소개팅도 맞선도 없다. 이 곳에서 함께 나고자란 친구가 미래의 신랑 신부가 된다. 해가 지고 나면 전기가 없어서 다들 손전등을 들고 생활한다. 발전기를 돌려서 잠시 전기를 틀어놓고 한집에 다들 모여서 tv 드라마 한 편을 보고 흩어진다. 그들의 유일한 문화생활이다. 마을에 공용 수도가 한 두 개뿐이라 모든 사람이 그곳에서 씻거나 빨래를 한다. 사방이 뚫린 공용수도에서 달빛 별빛에 몸을 비춰가며 샤워했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여태껏 이만큼이나 세상과 동떨어진 곳은 없었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엔 옆에 마을까지 더 깊숙이 들어갔다. 다른 소수민족들의 마을이었고 대부분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나 훨씬 격리된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빛이고, 그들의 눈빛이 영화에서나 보던 외지인을 경계하는 원주민의 눈빛처럼 느껴졌다. 이러다 납치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다.



다시 경험치 못 할 일생일대의 소중한 경험이다.



이상하게 가족들 생각이 났다. 함께 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냐고 싫어하셨을 테고, 어머니는 너무 좋다며 꽃들, 들풀들과 사진 찍느라 시간 내에 마을에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문득 이런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 게 그들 덕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누리는 것 같아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그들이 동의한다면 시간 내서 함께 다시 와보고 싶다. 그나저나 그러면 더 연세 드시기 전에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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