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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an 03. 2020

태국에서의 따뜻함_ChiangKhong, Thailan

나는 꽤나 편견적인 사람이었다.

라오스의 국경마을 ‘훼싸이’, 이곳에서 두 번째 국경을 넘어 태국 땅을 밟았다. 지금은 태국과 라오스를 이어주는 태국 쪽 국경마을 ‘치앙콩’에 와있다.



라오스가 드디어 끝났다. 약 한 달 동안 라오스의 남쪽부터 북쪽까지 쭉 훑었다.


라오스는 생각보다 자연이 대단한 곳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모르는 곳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대중매체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모르는 곳들이라면 대체로 유명하지 않은 곳들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장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흔히 들어본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도 물론 좋았지만, 팍세와 타케크가 인상 깊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트레킹을 했던 루앙남타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언젠가 이 곳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부디 이 모습을 잘 간직해서 나 같은 동남아 문외한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젠 태국이다. 치앙콩에서는 이틀 밤을 머물며, ‘푸치파’로 가는 방법을 알아 볼 겸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모처럼만에 카페에 앉아서 사진도 정리하고 글도 쓰며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값이 생각보다 비싸서, 우선 하루만 머물러보고 더 저렴한 숙소를 찾으면 옮길 생각이었다. 카페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린버스 사무실에 들렀다. 푸치파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기 위함이다.


바로 그때 태국 친구 Any를 만났다. ‘나 아까 카페에서 너 봤어’라는 말로 시작한 그녀는 사무실 직원과의 통역을 도와줬다. 그리고는 ‘오늘 어디서 자니?’라고 물으며, 가난한 여행자인 우리에게 잘 곳을 선뜻 내주었다. 마침 저렴한 숙소를 찾지 못해 머물 던 곳에 마저 머물 계획이었는데, 행운이었다. 방이 아닌 사무실에서 재워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호의가 너무 따뜻했다. 오히려 우리가 미안해야 맞는데 말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대체로 그들을 우리보다 낮은 레벨이라 여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인간에게 레벨이 어디 있다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우리보다 못 사는 사람들이라고,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기사님을 위해서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주는 팁을 더 주자고 제안했을 때, ‘자꾸 줘 버릇하면 버릇 나빠진다’고 이야기하던 사람도 있다. 솔직히 이제와 고백하면 나라고 안 그랬을까. ‘난 안 그래!’라고 당당히 말하진 못 하겠다. 하지만 베트남에 살면서, 그리고 또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이건 사람 개개인만의 ‘다른 생각’이 아닌 ‘틀린 생각’ 임을 깨달았다. 인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가려서도 안된다.


더 잘 사는 내가 호의를 베풀었으면 베풀었지, 호의를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녀의 호의가 나를 일깨우며 두 가지 편견을 깨 줬다.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호의는 잘 사는 쪽에서 못 사는 쪽에 베푸는 일방 통행적 행위가 아니구나.


다낭에서 가이드로 일하면서 손님들을 웃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을 얕보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베트남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걸 ‘이 친구들’이라고 낮춰 표현했던 모든 순간들이 너무너무 부끄럽다. 감히 누가 더 우수한지, 누가 더 높은 레벨인지 따질 수 있는 근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죄송스럽게도, 자격이 없음에도, 그 큰 따뜻한 마음을 받아 버렸다. 감히 누가 이들처럼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글쎄 이런 생각 또한 ‘오 동남아시아 사람들 생각보다 멋진데?’ 하며 또 그들을 나보다 낮게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감사한 마음만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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