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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Dec 20. 2019

휴식_Nongkhiaw, Laos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면


비엔티안, 방비엥(좌), 루앙프라방(우)

이제 라오스의 작은 마을 ‘농키아우’에 왔다. 사실 타케크에서 농키아우까지 바로 온 건 아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며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을 거쳤다. 비엔티안에선 조금 쉴 생각으로 워낙 짧게 있었고, 동남아의 이비자 같았던 방비엥에서는 핸드폰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전자 기기로부터 의도치 않게 독립된 상황을 즐기며 ‘에라 모르겠다’ 놀다 보니 물 흐르듯 여기까지 왔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탁발의식


농키아우는 마을 끝에서 마을 끝까지 걸어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작은 마을이다. 살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아 거리에 가로등도 많지 않다. 가로등 불이 비치지 않는 곳이면 밤하늘에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가로등 대신 반짝인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맥도날드도 없고, 숙소에 맥주 한 병 사서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이지만 단지 밤하늘의 별만 보고도 ‘여기서 살고 싶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참 이쁘겠다.’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방비엥의 파티 라이프 이후에 머물렀던 루앙프라방, 그리고 여기 농키아우, 방비엥에서의 흥겨운 파티들이 끝나고 나니 타이밍 맞게 소위 말하는 힐링의 시간이 찾아왔다. 별빛을 길동무 삼아 산책하고,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한 번도 이런 곳에서 살아 본 적 없지만, 마치 드디어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정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온 게 맞긴 맞나 보다. 자꾸만 자연이 그립다.


농키아우의 파인애플


조금 더 머물면 좋겠지만 다시 또 이동해야 한다. 이곳보다 더 북쪽에 있는 ‘루앙남타’로 갈 예정이다. 운 좋게 한국인 동행을 만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조금 급하게 이동을 결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비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엔 입국도장을 받으며, ‘무비자 한 달을 어떻게 다 채우지?’, ‘그만큼 할 게 있나?’ 싶었는데 이젠 모자란 느낌이 든다. 조금 더 기간이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농키아우의 거리


고작 이제 한 달 여행했을 뿐인데 여행을 통해 뭘 얻고 싶은지,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앞서 나가는 생각인 줄 알지만 말이다.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모르고 너무 다짜고짜 내지른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끝나고 나서 남는 게 없으면 어떡하나 불안감도 든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힐링의 순간이 찾아올 때 희한하게도 생각이 많아진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결론을 낼 수 없는 생각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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