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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an 18. 2020

치앙라이에서_Chiang Rai, Thailand

골든 트라이앵글, 반파히, 5 부족 마을, 화이트 템플, 블루 템플

라오스에서 만난 동행, 승호 씨와 여전히 함께한다. 그와 함께 치앙라이 곳곳을 둘러봤다.


치앙라이가 왜 이렇게나 바빴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의 일정은, 첫날, 갈 곳을 알아보며  휴식을 취하고 둘째 날부터는 호스텔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해 치앙라이 시내뿐만 아니라 외곽까지 누비는 것이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국경이 한 곳에 모이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다녀왔다. 국경지대는 여전히 생소하고 신기하다.

경제적 문제, 정치적 문제, 이런 걸 떠나, 그저 한 명의 여행객으로서 우리나라도 아래로 위로 국경이 열렸으면 좋겠다. 물론 아래쪽은 이미 열려있긴 하다. 하지만 런던과 파리를 이어주는 유로스타처럼 일본과 한국을 잇는 해저터널, 열차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명 관광적인 부분에선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한다. 서양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동양의 판타지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이제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해 가고 있으니, 한국과 일본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철도가 열린다면 일정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이 시국에 이런 생각은 좀 아닌가?


승호 씨는 이미 여행을 한지 오래되어 소위 말하는 프로 여행러다. 이 곳에선 여기, 저곳에선 저기를 가봐야 한다며 나를 끌고 다닌다. 정보를 찾는데 도가 텄다. 굳이 일정을 세우지 않는 나의 여행 스타일과 딱 맞았다. 승호 씨가 열심히 찾고, 나는 굳이 찾지 않는 대신에 고마움을 느끼며 군말 없이 따라다닌다.


덕분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까지 속속들이 누볐다. 아주 작은 마을에서 종이 만들기 체험도 하고 산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문제는 그 산꼭대기 카페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이미 해가져서 어둡고, 비까지 내려 오토바이가 비탈길에서 미끄러졌다. 나름의 특별한 일화이니 과장을 조금 보태면, 조금만 더 미끄러졌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아 다행이다. 대신하는 수 없이 오래 걸리더라도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를 끌고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옷은 이미 젖을 대로 젖어 추웠고,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산길이었지만 이게 오히려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엔 녹차밭에 잠시 들렀다가 소수민족 마을에 방문했다. 소수민족의 존재는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해보기 힘든 일이라 늘 흥미롭다. 여러 소수민족 중 카얀족(long neck tribe)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겉으로 소수민족의 특징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목과 손발목에 무거운 링들을 잔뜩 두르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들이 너무 관광상품화가 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무형문화재가 있는 것처럼 사람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기도 하고,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긍정적인 일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간 자체가 ‘관광상품화’ 된다는 게 꽤나 불편하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했던 소수민족 마을은 진짜 그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에 우리가 잠시 발을 들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정부에서 그들에게 집을 제공하고 대신 그곳을 관광지로 만들어 관광 수익을 챙기고 있는 곳이었다. 마치 인간 동물원을 둘러보는 느낌이랄까.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그들의 삶을 체험해 보기를 기대했는데, 그들과 소통하려 가까이 다가가면 불빛 아래에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 너무 불편했다.



마지막 날은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화이트 템플, 블루 템플에 다녀왔다. 이곳은 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특이해서, 치앙마이를 찾는 한국사람들도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치앙마이 근교 관광지’이기도 하다. 방문하기 전 사진으로 처음 화이트 템플을 봤을 때 너무 멋있어서 유일하게 내가 먼저 가보자고 제안했던 곳이었다.



절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마치 동양의 가우디를 보는 느낌이다. 전통적인 모습이면서도 새로운 시도가 가미된 절의 모습은 신선했다. 한 건축가가 꿈에서 본 장면을 토대로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죽기 전에 이렇게 멋진 걸 남겨놓고 죽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겠구나.’ 나도 죽기 전에 무언가를 남기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도대체 어떤 걸 남길 수 있을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치앙마이로 넘어간다. 치앙마이에 제일 기대하고 있는 일은 맥도날드에 가는 것이다. 나는 맥도날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베트남에 다낭에 살 때는 다낭에 맥도날드가 없어서 갈 수 없었고 라오스는 세계에서 맥도날드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였다. 그땐 그래도 쉽게 포기가 되었었는데, 태국에는 맥도날드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손에 잡힐 것만 같아서 기대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너무 바빴던 치앙라이의 일정이라, 단순히 했던 일만 나열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글이다. 그 당시의 생각들과 느낌을 더 생생히 기록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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