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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an 31. 2020

별의 도시 치앙다오_ChiandDao, Thailand

내가 쏘아 올렸던 별들

태국 ‘치앙다오’에 다녀왔다. 태국말로 ‘치앙’은 ‘도시’ ‘다오’는 ‘별’을 뜻한다고 한다. 별의 도시. 별이 얼마나 밝게 빛나면 별의 도시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내 평생 별을 제일 많이 본 건 어릴 적 할아버지의 밤 농장에서다. 잠이 오지 않았는지, 한 밤중에 평상에 누워서 바라봤던 밤하늘은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품고 있었다. 분명 밤하늘이라 깜깜해야 정상인데, 별들이 너무 많아서 검은 부분이 적어 보일 정도였다. 그날 처음으로 은하수도 봤다. 이게 워낙 어릴 적 이야기라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잊히고 왜곡된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튼 난 아직도 분명히 그런 밤하늘이 존재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왠지 별의 도시 치앙다오에서라면 그때를 재현할 수 있을 거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다오로 향하는 버스


버스에서 내려 숙소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은근히 거리가 꽤 있는 데다가 추적추적 비도 왔다. 다행히 또 친절한 태국 사람들을 만나 차를 얻어 탔다. 심지어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았음에도, 선뜻 먼저 태워주겠다며 차를 세웠다. 숙소들은 여태 우리가 묶던 데에 비하면 가격대가 좀 비쌌다. 저렴한 곳을 찾아 발품을 팔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사랑해 게스트하우스’를 만났다. 간판판의 손 글씨 ‘사랑해’라는 글자가 한국사람이 쓴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기는 분명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곳일 테고 우리는 동향 찬스를 누릴 생각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최대한 불쌍한 모습으로 가난한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 하니,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 묵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물론 그래도 우리의 평균 숙박비에 비하면 비쌌지만, 저녁에 삼겹살도 먹고 아침밥까지 먹을 수 있으니 되려 감사의 인사를 드려도 모자랄 판이다.

사랑해 게스트하우스


이 곳에 묵는 게 주목적은 아니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하룻밤 묵으며 정보를 얻을 요량이었다. 원래는 치앙다오 산 꼭대기에서 캠핑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별들도 훨씬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장님께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며 여쭈었더니, 비수기도 비수기고 이제 태국 정부가 그곳의 모든 텐트들을 철수하라고 경고를 했다고 하시더라. 국립공원에 맘대로 텐트촌을 만들었다며 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숙소에 텐트처럼 꾸며진 방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구마와 장작


일정이 틀어졌으니 할 일이 없다. 밤에 별을 보는 것 말고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운동장만 한 마당이 있었다. 우리는 이 마당에서 이따 별을 보게 될 테고, 그때 분위기도 내보자며 캠프파이어를 계획했다. 심심하던 찰나에 장작들을 좀 구하러 나무도 패고, 캠프파이어에 구워 먹을 옥수수와 고구마도 좀 사 왔다.


삼겹살


저녁으론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었다. 얼마 만에 맛보는 삼겹살이란 말인가. 배불리 먹고 마당으로 나오니 벌써 날이 어둡다. 하늘에 별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상상하던 만큼의 별을 볼 수 있던 건 아니지만 은하수도 보이고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한국에서 오신 다른 손님들은 저녁을 먹고 근처 온천에 몸을 담그러 가실 계획이었다. 짐칸에 타는 조건으로 우리도 차를 얻어 타고 함께 야외 온천을 즐기러 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다가 너무 뜨거워지면 바로 앞에 흐르는 시냇물에 담그고, 그러다 좀 심심하다 싶어서 하늘을 쳐다보면 별이 쏟아지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아는 별자리를 찾아 이쪽으로 선을 이어 보고 저쪽으로 선을 이어봐도 도대체 내가 아는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별이  많아서 이쪽으로도 이어도 그림이 되고, 저쪽으로 이어도 그림이 된다. 유치하게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어본다.


나는 참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하는 편이 아니다. 늘 조금 하다가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면 쉽게 그만둔다. 그런 내가 스스로 못 마땅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위로해준 말이 있다. 넌 지금 하늘에 점들을 쏘아 올리고 있는 거라고, 그 점들이 모여서 별자리가 되고, 그 별자리들이 잔뜩 모여 환해질 거라고.


사실 별자리는 의미부여다. 아무리 이어봐도 별자리 이름의 모양을 만들기 힘들지 않은가. 그저 마구잡이로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대충 이어 모양을 만들고, 그 이름을 ‘땡땡 자리’라고 하자며 사람들끼리 한 약속이다.


그러니 꼭 어딘가를 향해서, 목적성을 가지고 하늘에 별을 던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자. 처음부터 별자리를 던질 필요 없다. 그저 이런저런 다양한 별들을 잔뜩 하늘을 향해 던지다 보면 별자리가 될 테고 그림이 될 거다. 마구잡이로 던져대기만 한다고 스스로를 바보 취급하지 말자.


텐트안에서 곱게 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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