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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Mar 28. 2020

여행은 망쳐졌다. _Bangkok, Thailand

가족들이, 친구들이 나의 여행을 망쳐 놓았다.

아이콘시암, 방콕

베트남의 아늑한 품을 벗어났다. 여행을 잠시 일시 정지를 했었던 태국으로 돌아와, 방콕에서 가족들을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가족들이 여름휴가의 장소를 방콕으로 정해주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는 시간이 끝나고 나니, 가족들이, 가족들과의 즐거운 휴식이 내 여행을 망쳐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내 마음가짐을 다 망쳐놨다.


그간의 여행이 힘들었나? 아니다. 사실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다낭에 간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찾아오게끔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다낭에 약속이 있어서 그 김에 놀러 갔을 뿐이고, 가족들의 여름휴가 장소가 방콕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며 재충전시켜줬다. 이게 내 마음가짐을 흩트려 놓았다. 재충전이 끝났는데, 100%를 넘어 150, 200%가 되었는데, 도무지 힘이 안 난다. 요 며칠간 엄마의 곁에서 잠들며 어리광쟁이 아기가 되어버렸나 보다. 힘이 안 난다. 그들이 나의 마음가짐을 망쳐놨다.

여행 중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이별이, 정해진 예산 내에서의 배고픈 식사가, 무더운 날씨임에도 겨울옷까지 들어있는 가방의 무게가, 도전을 더욱 힘든 도전으로 만들고 있다. 전부 힘든 것들 투성이다. 솔직히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가족들과의 휴가


나의 여행은 무슨 의미를 가졌을까? 나는 뭘 얻고자 이 여행을 시작했을까? 수 없이 고민한다. 분명 내게 여행은 행복을 찾기 위함만은 아닌 건 확신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해서 하고는 있지만, 그러니 여행은 즐거워야 함을 알고 있지만, 나에게 여행은 챌린지, 도전에 가깝다. 북반구를 육로로 일주해보겠다는 도전이다. 그렇게 도전하고, 그것을 성취해 냈을 때는 분명 보상이 따를 것을 알고 있고 그걸 조금은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여행을 하고 있다. 아직은 내게 떨어질 그 보상이 무엇일지는 감조차 오지 않지만.

여행 중에 갑자기 외로움에 시달릴 때,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 너에겐 서울에도, 다낭에도 돌아갈 집이 있으니 걱정 마.’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 괜찮다고 기운 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집’이 주는 의미가 그저 단순히 물리적으로 ‘몸을 뉘일 곳’은 아니다. 그들의 품, 그들의 보호, 그들의 사랑. 이런 것들을 담은 의미일 테다. 그래 안전벨트는 있다.

본인들의 여행보다. 나의 재충전에 힘써줬던 모든 사람들 전부 다 고맙고 사랑한다. 그들의 응원을 배반치 않고자 또 이어간다. 이들의 사랑을 안전벨트 삼아 또 한 발짝 디뎌본다. 힘들지만 부디 이 고난의 길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많기를 바랄 뿐이다.


thx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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