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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Aug 31. 2020

걷다보면_Nanning,China

나름대로 다시 긴장을 풀어가나 보다.

  뭐 얼마나 피곤했다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하루를 늦게 시작했다.


  난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딱히 정한 건 없다. 여태까진 도시를 정하면, 구글 맵스를 통해 도시에 있는 관광지 리스트를 쭉 보며,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두고 가는 식이었다. 그런데, 역시 중국은 중국이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지가 100km, 200km씩 떨어져 있다. 함부로 어딘가를 가보고 싶다고 쉽게 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도시를 산책할 생각으로 느릿느릿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중국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중국의 크기에 비해 현저히 적다. 중국을 육로로 통과하려면, 그러면서 관광까지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렇기에 내일 바로 상하이로 떠날 계획이다. 상하이는 난닝보다 조금 더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 미리 티켓팅을 해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인터넷에 열차 시간표와 정보가 나온다지만,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인 티켓팅 기계에서 티켓을 사고 싶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 티켓을 사면, 소통 때문에 혹여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티켓팅 기계 또한 마찬가지다. 영어가 지원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문 시간에 졸지 말걸. 기계 앞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직원이 지키고 있는 티켓 창구로 이동했다. 다행히 딱 한 군데,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서, 겨우 티켓팅을 했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시간과 목적지, 좌석을 고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기차의 티켓은 입석과 Hard seat의 가격이 똑같았다. 입석 보다야 Hard seat이 조금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Hard seat좌석을 선택했는데, 발권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편함의 정도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26시간을 달려서 가야 하는 걸 생각하면, 어떤 좌석이건 간에 어차피 불편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난닝을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데다가, 내가 아는 중국의 도시들,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기타 유명한 도시들과 거리가 꽤 멀길래 지방 소도시쯤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많이 쳐줘서 나주 정도? 그러나 대륙은 대륙이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여기는 서울보다 훨씬 크다. 시내 중심부는 명동보다 훨씬 넓고, 강남역 주변만큼 사람이 많다.



  서울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 ‘옹 강’도 아주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몇몇 사람들은 옹 강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 두 사람만이 보이길래 ‘오, 혼자서 옹강 횡단 연습을 하시는 건가?’했는데, 이 또한 역시 대륙은 대륙이다. 보다 보니 강으로 들어가기 쉬운 곳은 아예 여름철 우리나라 한강의 수영장만큼 사람이 많았다.



  이 곳에서 현금을 쓰는 사람은 외국인인 나밖에 없다. 중국에서의 모든 거래는 전부 QR코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불하는 사람이, 지불받는 사람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지불하는 사람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넘어가나 보다. 길거리에 작은 상점들은 물론. 옹 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도 QR코드를 내밀며 물고기를 팔고, 구걸을 했다.



  거리에는 차만큼 오토바이가 가득했다. 난닝이 중국이긴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할 만큼 북쪽은 아닌가 보다. 사시사철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니까, 동남아시아와 같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모습이다. 그런데 오토바이에서 소리가 나질 않는다. 정부의 정책 때문인지, 전부 전동 스쿠터를 타기 때문에 엔진 소리가 도통 나질 않는다. 옆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한 적도 몇 번 있다.



  난닝의 크기부터, 돈을 지불하는 방법, 그리고 오토바이 까지, 이런저런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걱정이 참 많았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인터넷도 제한적인 이곳에서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한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그래, 나름대로 긴장을 풀어가나 보다.


  그래, 사람이 다 똑같은 사람이지. 어딜 가나 다 사람 사는 곳인데 굳이 긴장할 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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