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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n 17. 2021

매헌 윤봉길 기념관_Shanghai,China

사람을 왜 사느냐?

    고백하건대, 나는 역사를 잘 모른다. 특히나 근현대사에 문외한이다. 고조선부터 조선왕조까지야, 공통으로 배우는 국사 수업에서 배웠겠지만, 이과로 진학한 이후 (수학은 지지리도 못했으면서) 역사는 점점 나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크게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거룩한 희생에 무지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하이에 와서 뒤늦게 그분들의 희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야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 함께하며, 그 역사적 장소에 다녀왔다고 생색내는 게 부끄럽다만, 오늘은 어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다녀온 것에 이어, 훙커우 공원을 다녀왔다. 훙커우 공원에 마련된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야기. 이제와 관심을 갖는 척하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산책한 그곳에는 소박한 울림이 있었다.




    저녁엔 상하이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서 거한 대접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선 만나지도 않는 인연이었는데, 해외에서 만나니 괜히 반갑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엄청 뱉어낸 느낌이다. 그녀는 내가 상하이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숙소 예약부터 도와주며 물심양면으로 힘썼는데, 이렇게 모처럼만에 먹는 따뜻하고 푸짐한 한 끼 식사까지 대접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한국어를 잔뜩 뱉어내고 나면 괜히 허한 기분이 든다. 혼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누군지 알아가려고 선택한 세계여행인데, 사실 이 선택은 가끔 나를 외롭게 만든다. 매일 같이 인스타에 피드와 스토리를 올리며 소통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늘 있다.

아마도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고, 둘이, 셋이서 함께하는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싶어서, 그 모든 걸 한 번에 챙기고 싶어서 되려, 외로워하는 것 같다. 욕심이 너무 많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산다.’


    윤봉길 의사가 남긴 글의 일부라고 한다. 비할게 아님을 잘 알지만 윤봉길 의사의 이상은 조국의 독립이었고 그렇게, 그 이상을 좇아 가족까지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분이 일궈주신 감사한 자유 속에서 나만의 이상을 좇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무언갈 포기해야 할 텐데, 이 작은 외로움에 사무치고 있다. 조금 더 내려놓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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