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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n 17. 2021

마음대로_To Yangzhou,China

내 마음을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게세상에서 제일 어렵지

상하이에서 난징으로, 난징에서 양저우로

    상하이에서 난징을 거쳐 양저우로 넘어왔다. 중국에서의 짧은 비자기간 때문에, 본 계획에는 없던 곳이지만, 오랜만에 대학 동기를 만나러 왔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났는데, 이제 스물여덟이다. 약 8년 만에 얼굴을 보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가 괜히 기분이 묘하다.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렇게 쉽게(물론 중국에서 만나긴 하지만) 약속을 잡고 만나면 되는 것이었는데, 왜 여태 만나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함이 스친다.

    그래 진짜로, 이렇게 약속을 잡고 만나면 되는 건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건데 나는 왜 여태 만나려 하지 않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마음먹기가 어려우니까. 만난다고 생각하면 우리 집에서 인천까지 가는 시간, 인천에서 상하이까지 비행기를 타는 시간,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양저우까지 오는 시간, 그리고 그에 따른 피곤함까지 다 고려해봐야 하니까. 나를 괴롭힐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탓일 테다. 내 마음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일이니까.

중국에서 먹는 양꼬치란......


    말이 나와 말인데, 그래 봐야 이제 한 2주 됐나? 베트남 여행이 끝나가던 그 무렵부터 유독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낀다. 몸 건강은 아주 완벽하지만, 정신건강이, 그리고 마음가짐이 전과 같지 않다. 오늘이면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딱 6개월 되는 날이고, 대강 계획해놓은 계획이 6개월 정도 남았으니, 딱 절반을 했다. 그래서 권태기가 온건가?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져야 하는 타이밍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

    모든 걸 잃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잃었다는 표현은 조금 거칠지만, 백지장처럼 아무것도 그려진 것 흰 도화지 상태에서 시작했다. 여행을 하며 하나씩 하나씩 그려 나가고, 채우려 했는데, 백지장이 조금 좁은가 보다. 6개월 만에 벌써 가득 찼나 보다. 조금 지우던지, 다음장으로 넘기던지 새롭게 백지장으로 만들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 타이밍인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뭘 그렸는지도 잘 모르겠으면서 여태 그려 놓은 걸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은 가보다. 놓치기 싫은가 보다. 필요 없는 걸 지운다고, 다음장으로 넘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가 보다.

    이렇게 며칠 새 자꾸만 기분이 바닥을 친다. 바닥이라 함은 잃을 게 없다는 뜻이고, 그 말인 즉, 다시 백지장이라는 뜻일 텐데,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그려 놓은 것들은 다 어디로 갔나?



 

   지금 쓰는 일기들은 나중에 읽어주기가 힘들 것 같다. 그만큼 남들에게 보이는 걸 신경 쓰다 보니 숨기는 이야기들도 많고, 돌려 돌려 이야기하려다 보니 문장들도 너무 늘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긴 여행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니까. 최대한 솔직하자, 그러니 거침없이 몇 자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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