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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n 18. 2021

되돌아보기_Yangzhou,China

희생 되었던 기회비용들


    양저우에 하루 더 머물렀다. 점심으로는 친구가 다니는 학교의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양저우의 유명 관광지인 ‘수서호’를 한참 동안 걸었다. 좋았던 건 ‘수서호’의 입장료, 100위안을 내지 않고 무료로 둘러봤다는 것인데, 양저우 내의 관광지는 양저우대학의 신입생이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신입생의 학생증을 빌려, 덕분에 무료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서호의 풍경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그들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세계여행을 하며 한 가지 느꼈던 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히 좁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폭넓게 사고할 수 있음에도, 작은 것만을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유학도 마찬가지일 테다. 분명 세계여행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와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은 어떻게 이렇게나 일찍 그 진리를 깨닫고 이 곳까지 와서 살게 된 걸까? 나는 저들의 나이에 뭘 하고 있었더라?


다른 동기들한테 보여줄 인증샷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리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 모든 선택의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무조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선택에는 그마다의 기회비용이 따른다.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최선의 선택을 했기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선택을 했던, 그러니까 지금 저 유학생들을 바라보며, 나의 최선의 선택을 위해 희생됐던 여러 기회비용들을 떠올려 본다.

    이들이 유학을 막 시작한  나이는 내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연을 준비할 때의 나이다. 그 당시의 나도 교환학생 제도가 있음을 알기도 알았고, 유학 혹은 어학연수를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공연이었던 것이다. 글쎄,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까운 것에 눈이 멀어 눈 앞에 있는 당근만 쫓은 것 같다. 달콤한 당근만 먹고 세상엔 당근이 전부라고 생각했나 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 일찍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나는 오랜 시간 동안을 우물 안 개구리로 지냈다.

    세상에 맞는 길, 틀린 길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개구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우물이 아닌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공연에 눈이 멀었던 건 사실인 것 같다. 공연과 더불어 학교생활에 눈이 멀어 조금 더 일찍 넓은 세상을 접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지 못했다. 이렇게 '눈 멈'에 희생된, 수많은 기회비용들이 문득 아쉽게 다가온다. 조금 더 일찍 학교를 박차고 나왔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또 모른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여행이라는 것에 눈이 멀어있는 걸지도. 눈이 멀어서 더 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또 수많은 기회비용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서 이날을 돌아보는 때가 있다면, 지금과 똑같이 희생된 기회비용들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희생된 기회비용이 아깝다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으며 충분히 즐겨서, 나중에 또 오늘을 되돌아볼 때에는 희생된 기회비용을 지금 보다는 덜 아쉬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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