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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n 23. 2021

하지만괜찮다_Beijing, China

춥고, 불편하고, 귀찮고

베이징 역


    베이징으로 넘어왔고, 이곳은 생각 이상으로 추웠다.


    베이징은 예전에 유럽여행을 하며 경유지로서 한 번 와 본 경험이 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한겨울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베이징을 향한 나의 기억은 ‘태어나 처음 겪어본 극강의 한파를 선사 한 곳’이었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으로 달려오는 기차는 꽤 따뜻했는데, 문이 열리고 승강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겨울을 느꼈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이 보다 더 추워질 테다. 어쩌다 보니 항상 베이징에 오는 날은 춥다. 베이징도 따뜻하고 더운 날이 있을 텐데, 베이징의 여름이 궁금하다.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에 다녀왔다. 밤기차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에 하루 좀 쉴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자금성은 매주 월요일이 휴관이라더라. 오늘이 아니면 다녀올 기회가 없었다. 문득 오늘의 관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여태까지의 관광은 모르던 걸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오늘은 알던 것, 보던 것을 실제로 보며 ‘확인’하는 관광이었다. 미디어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의 규모에 깜짝 놀랐다.


추운데 고생하는 건 어딜 가나 똑같다.


    여전히 QR코드가 불편하다. 중국에선 모든 게 QR코드를 통해 이루어진다.(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이 문화를 접했다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입장권이 QR코드로 되어있다. 본인의 휴대폰으로 WeChat을 통해 QR코드를 발급받고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예약은 WeChat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핸드폰 번호도 없이 여행을 하고 있는 내겐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핸드폰에 WeChat을 설치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결국 상하이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들어가긴 했지만,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자금성 앞에서 추위에 벌벌 떨었다. 편리하고자 만든 게 내겐 너무 불편하다.


자금성


    이 당시의 난 이 시스템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한편으론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국에 맞춰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을 통해 본인만의 QR코드를 발급받는다. 더 나아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네이버를 통해 백신을 예약하기도 한다. 택배 알림이나, 식당의 웨이팅 알림도 전부 카카오톡으로 전송받는다. 카카오톡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한국을 돌아다니기에 꽤 불편하겠다.

    사실 중국의 시스템은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중앙 집권화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모든 게 WeChat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WeChat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으니까 통제가 쉬울 것이다. 이를 통해 "역시 사회주의 사회주의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라 하니 괜히 겁난다. 혹시 나도 모르게, 나의 자유가 무엇인가로부터 침해받고 있는 건 아닐까? 괜히 찝찝하다.


뉴스에서나 보던 천안문 광장


    부킹닷컴에서 가장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하면 항상 외국인들이 잔뜩 있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여태까지의 중국에선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상하이 같은 경우는 여행 온 사람들이 많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지만, 지인을 통해 외국인들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더 저렴한 방을 예약했기에, 여행자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모처럼 나 같은 여행자가 많은 숙소에 머문다. 숙소가 꽤나 시끌벅적하다.

    어느새부턴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굳이 만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여행객들이라 한두 마디 나눠 볼 법도 한데, 이게 참 귀찮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도 표현하던데, 요새 들어 굳이 내가 먼저 나서서 관계를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한 때는 그들의 사이에 끼지 못하는 스스로를 바보처럼 생각하고, 껴주지 않는 그들을 향해 속으로 화도 많이 냈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로운 관계라는 게 진정 얻고자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고로 여행자는 남들과 잘 어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져야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라고 하니,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굳이 남들을 따라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이처럼 요즘의 난, 여행을 시작하기 전보다 조금 더 감정에 솔직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며 눈치 보지 않는다. 이는 꽤나 긍정적인 변화다. 흠..... 맘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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