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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l 21. 2021

시간이 멈춘 도시_Brasov, Romania

중세 도시브라쇼브

브라쇼브 기차역


    브라쇼브는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역사에 문외한이라 중세시대가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세 유럽'이라고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딱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조금 늦게 브라쇼브에 도착하긴 했지만, 무리 없이 숙소를 찾았고, 다음날엔 다른 도시들에서의 시간처럼 브라쇼브를 산책하는 것으로 브라쇼브를 느꼈다.


숙소의 게시판에서 발견한 천 원. (아니 여기까지 여행을 온 한국인이 있다고? 그것도 저 구권이 나오던 시절에?)


    브라쇼브 외곽에는 산이 하나 있었다. 그 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 내려다보니, 마을이 마치 초콜릿처럼 보였다. 조금 오래된 초콜릿의 색깔이긴 하지만 어쩜 저렇게도 다 똑같은 색깔의 지붕을 올렸을까?


브라쇼브의 전경

    예전에 도시를 감싸고 있었던 성곽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시대 상황에 맞춰서, 보수가 필요한 곳들은 신자재들로 보수를 했을 테지만 대체로 잘 남아 있었다. 길이도 길지 않아서, 성곽길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는 것도 나름의 묘미였다. 성 내부에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서나 볼 수 있는 광장 또한 옛 모습 그대로 있었다. 이 광장의 지금 모습은,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고, 사람도 북적이며 바글바글 한데, 중세시대 그 시절에는 집회에도 쓰이고, 심지어 마녀사냥 재판에도 쓰이지 않았을까?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화형 당했을 법한 위치에 엄청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고, 그 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현재의 모습이 괜스레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 (아닌거 같은데)

    오래된 도시의 사이사이를 누비며 걷다 보면(심지어 이곳에선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이 있다) 내가 마치 그 시대의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의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히 예상컨대, 결국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나처럼 좋아하는 유행가를 따라 부르며 걷거나, 오늘 저녁은 뭘 먹지 같은 고민을 하는 게 전부였지 않을까? 지금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하고, 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테다.

도시의 풍경

    이러나저러나 계속해서 오래된 유럽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다. 내가 다시 유럽에 오게 된다면, 현대식의 높고도 멋진 빌딩들 말고, 벽돌로 쌓아 만든 낮지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 아니 마을들을 보겠노라 다짐했는데 그걸 해내고 있다. 매일매일 감회가 새롭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는 일은 두렵지만 설렌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처음 들어보는 곳을 방문하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내 속에 가지고 있던 세계지도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둠으로 가득해 보이지 않았던 곳들에 하나씩 하나씩 빛을 밝히고 있는 느낌이랄까, 죽기 전까지 세계의 모든 곳들의 어둠을 다 밝힐 순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밝히고 싶다. 그러면 언젠간 나라는 사람 또한 밝아지지 않을까.

똑같은 색깔의 지붕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우체국 / 브라소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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