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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l 21. 2021

자기 PR 시대

바야흐로 자기 PR 시대가 찾아왔다.

    어렸을 적 분명히 '자기 PR'이라는 이 단어가 유행했었음을 기억한다.


    '바야흐로 자기 PR 시대가 찾아왔다.'


    그 당시엔 무슨 뜻인지 찾아보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본인을 스스로 홍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만 생각했다. 이제 와서 자기 PR의 PR이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Public Relation이란다. 맞는 해석인진 모르겠으나,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바야흐로 자기 PR시대가 찾아왔다.'라는 말을 10년 전에 듣고 난 뒤로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자기 PR시대가 찾아왔다고는 하는데, 그 시대가 순식간에 사라진 걸까? 종적을 감춘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새롭게 생겨나는 개인 유튜브 채널들을 떠올리다 보니 아, 아직도 우리는 자기 PR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구나, 아니, 오히려 더욱이 '자기 PR'이 중요시되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 유튜브 채널


    하루에 생겨나는 유튜브 채널들은 얼마나 될까? 이제는 커다란 자본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유튜브만큼 상업적 영상들 또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인 채널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PR을 하기에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이것이 불과 하루 이틀 전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 SNS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PR은 이미 쉬워졌을 테다. 본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쯤 되니 처음으로 자기 PR시대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은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던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분명히 자기 PR이라는 단어를 20여 년 전쯤에 처음 들었다. 분명 그땐 고작 해봐야 '버디버디'의 아바타를 꾸미는 게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는데, 그는 어떻게 자기 PR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공개적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


    아무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한편으론 조금 무섭다. 모두가 자기 PR을 하기 쉬운 세상이 찾아오면서, 자기 PR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도태되기는 싫다. 나도 자기 PR 시대, 아니 '자기 PR 전쟁'에서 살아남고 싶다. 나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그 이야기가 빛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무슨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생각에 이어 나의 이야기가 과연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혹자들은 유튜브가 레드오션이라며, 이제부턴 콘텐츠 싸움이라고들 하던데, 내가 가진 이야기들이 과연 경쟁력이 있는 이야기일까? 아니 그전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유튜브의 구독자수가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다. 많은 팔로워와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은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는 이 시대의 유행을 선도한다. 마치 하층민이 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고 따라 하려고 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형제간이라고 할지라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성격이 다르고, 그렇게 각자만의 이야기가 생겨나, 세상에 둘도 없는 참 소중한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빛나는 세상이라는 게 참 무섭다.



    나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가졌고, 어떤 이야기로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전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네. 이상 자기 PR전쟁에서, 아 아니 자기 PR 시대에서 본인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났던 인간의 이야기를 읽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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