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마인드셋 4

기후 불안을 극복하다.

by 박성훈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이 제안한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이론이 있다.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 침묵할 경우. 침묵은 더 확산되고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고립된다는 이론이다. 예일 대학교의 ‘기후 변화 소통 프로그램(Yale program on climate change communication)에서 1천2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 미국인들에게는 기후 변화를 대화 주제로 꺼내기 주저하는, 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 얘기할 기회가 더 없어지는 ‘침묵의 나선’ 현상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1) 기후 변화에 대해 ‘침묵의 나선’ 현상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기후 불안에 더 깊이 매몰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불안을 벗어날 것이다. 기후 불안을 느끼는 만큼, ‘회복(Resilience)’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 미국 성인 2천100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16%가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히스패닉, 저소득층, 청소년의 기후 불안은 평균 이상 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기후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불안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 비해 ‘기후 행동’에 더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기후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의 ‘집단 행동에 참여하려는 의지’, ‘기후 캠페인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불안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 비해 더 높았다. 또한 ‘기후 토론에 참여한 정도’도 더 높았다.(2)

연구자들은 필리핀의 태풍 하이얀(Haiyan)을 경험한 사람과 피지의 사이클론 윈스턴(Winston)을 경험한 사람을 연구했다. 태풍 하이얀은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태풍이다. 6천300명이 사망하고 2만9천 명이 부상당했다. 100만 채의 주택이 파괴되었고, 그중 90만 가구가 아예 집을 잃었다. 사이클론 윈스턴은 남반구에 기록된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이다. 피지의 330개 섬 중 170개 섬을 폐허로 만들었고 피지 인구의 40%가 피해를 보았다. 재산 피해 추정액은 피지 국내총생산의 10%에 달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외상 후 증상(Post-traumatic symptoms)’, 즉 ‘기후 불안’을 경험한 사람이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즉 ‘회복’ 가능성도 높았다.(3) 외상 후 성장이란 심리적 고통을 겪은 뒤, 개인이 이전보다 더 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거나 인간관계, 가치관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삶에 감사하게 되거나, 인간관계가 깊어지거나,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발견할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는 ‘회복’의 과정이다.

이처럼 기후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감정을 ‘회복’하는 데에는 네 가지 기제가 작용한다. 첫째는 ‘인식(Awareness)’, 둘째는 ‘대처(Coping)’, 셋째는 ‘자신감’, 넷째는 ‘주체성’이다.


· 인식: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혹은 그 위험을 느끼는 본인의 감정에 대한 인식. 기후 위험에 대한 인식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후 불안에 대한 인식 상담(Climate aware counseling)을 통해 강화됨


· 대처: 기후 문제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졌을 때 안정감을 높이는 심리 전략(4)

- 문제 중심 대처(Problem-focused coping):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 중, 본인이 감당 가능한 행동을 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전략 (예: 일상적인 친환경 행동, 환경 단체 가입과 캠페인 참여, 친환경적인 영역으로의 직업 전환)

- 의미 중심 대처(Meaning-focused coping): 기후 변화 상황에서 개인적 희망,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전략 (예: 상황에 대한 긍정적 해석, 종교적 해석, 자연 속에서 명상, 예술적 창작, 글쓰기)


· 자신감 (혹은 효능감(Efficacy)):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믿음


· 주체성: ‘내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자기 결정력, 통제력, 주도권


네 가지 ‘회복’ 기제 중 우선 ‘인식’에 대해 알아보자. 기후 불안의 회복을 위해서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혹은 그 위험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미국의 ‘엄마들의 깨끗한 공기를 위한 행동 모임(MOMS Clean air FORCE)’에서는 아이들과 기후 재난처럼 상상하기도 힘든 주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앞서 소개한 2025년 7월의 텍사스 대홍수에 대해 아직까지 어린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은 부모도 많이 있다.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기 싫은 것이다. 이 홍수로 여름 캠프에 참여했던 30명의 여자 아이들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지만,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모른 채 강변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오히려 홍수의 위험에 대해 솔직하게 아이와 얘기하는 것이 혹시 모를 아이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5)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태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패트리샤 하스바흐(Patricia Hasbach)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큼 우려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 나만 불안한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고, 이러한 인식은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6)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기후 인식 상담’ 또는 ‘기후 감정 치료’의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는 기후 불안을 단순한 감정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람들의 ‘기후 감정’에 특화한 상담 방식을 일컫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받으며, 동시에 이후 행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7)

32세 분자생물학자 아비 페린(Abi Perrin)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18년 보고서를 읽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이상하리만치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이 감정은 때로는 매우 슬프고 절망적이고 외로운 감정으로 변하기도 했다.” 아비는 치료사를 찾아갔다. 원래 그녀는 치료사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사가 조언해주는 ‘내용’은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 그 자체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아비는 미세 조류가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8)

이제 ‘대처’에 대해 알아보자.

연구자들은 2019년부터 1년이 넘도록 산불이 꺼지지 않았던 호주의 대형 산불과 2022년 대홍수를 경험했던 호주인 5천5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연구해 보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 활동을 통해 불안을 해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불안을 딛고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적응 활동에 힘을 보태려고 노력한다. 세상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보면, 또 울음을 그치고 나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희망을 느낀다”, “지역의 기후 변화 대응 그룹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우리의 우려 사항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9)

3절에서 우리는 중국 산골 마을 셴냔시에 사는 리 지에의 사례를 보았다. 홍수가 쓸고 지나간 이후, 밭에는 참외가 열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수입이 반 이하로 떨어져 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농촌 비영리 단체의 사회복지사로서 공동체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지금은 작은 계획들, 함께 뭉치고 서로를 따뜻하게 지켜주는 것에서 희망을 찾는다.” 모든 밭의 농사가 실패한 이후, 젊은 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녀는 이를 통해 가정의 수입도 늘리고 마을의 연로한 노인들도 돌볼 만큼의 여유가 생기기를 희망하고 있다.(10)

엘루이즈 메이올(Elouise Mayall)은 생태학 석사 과정생이자 ‘영국 청년 기후 연합(UK Youth Climate Coalition)의 활동가이다. 엘루이즈는 대학을 졸업한 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기후 변화에 무관심한지 깨달으면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혼자만이라도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압박감, 죄책감,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영국 청년 기후 연합’에 가입하여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서 불안감은 완화되기 시작했다. 공동체 활동은 “감정적 부담을 인식하면서도, 죄책감 없이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활동가들이 서로의 정신 건강을 훨씬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낙담과 번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줄어 든다”고 말한다.(11)

리 지에와 엘루이즈처럼 ‘행동’을 취하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작은 행동이라도 괜찮다. 어린 아이의 경우 산불과 싸운 소방관에게 감사 카드를 쓸 수도 있다. 청소년의 경우 하천 청소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혹은 청소년 기후 캠페인에 참여해도 좋다. 어른의 경우 좀 더 실질적인 기후 적응 활동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차수문을 설치하는 공론화 모임에 참여하거나, 지방정부에 하천 둑을 정비해달라는 민원을 넣을 수도 있다. 해안가에 사는 사람은 방조제를 설치하는 공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이 모두 ‘문제 중심 대처’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문제 중심 대처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미국 성인 2천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후 불안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 행동에 참여하거나, 기후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기후 변화 관련 토론에 참여하는 것’ 등을 문제 중심 대처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12)

또 다른 대처 전략인 ‘의미 중심 대처’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3장에서 소개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젊은 음악가 찰리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음악가들이 탄소를 내뿜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음악 활동의 빛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후 ‘기후 인식 상담’을 받으며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점차 감정을 안정시키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되었다.(13)

문제 중심 대처와 의미 중심 대처는 각기 따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둘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둘 중 어떤 것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비 유(Phoebe Yu)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남편과 함께 여섯 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피비는 건강 기술 분야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지속가능성 관련 MBA를 취득했다. 현재 그녀는 수세미로 만든 친환경 스펀지를 판매하고 있다. 한때 피비도 기후 변화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기후 불안을 느꼈다. “어떤 때는 아이를 세상에 데려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목적으로 아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전기차를 타고, 육식하지 않고, 재활용을 하고, 퇴비를 쓰고, 비행기 여행을 자제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직업까지 바꾸게 된 것이다.(14) 피비의 사례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직업을 바꾼 것은 문제 중심 대처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녀가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것은 의미 중심 대처라고 할 수 있다.

4절을 시작하면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이야기했다. 만약 우리가 기후 문제를 더 직시하고,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더 인식하며, 다른 사람들과 불안한 자신의 감정을 더 솔직하게 나눈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에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도 참여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침묵의 나선과 반대의 나선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용기의 나선(Spiral of courage)’이라 부르면 어떨까? 침묵의 나선에 대응하여, 용기를 내어 점진적으로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자. 그리고 기후 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기후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힘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산시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Maibach, E., Leiserowitz, A., Rosenthal, S., Rose-Renouf, C., & Cutler, M. (2016, September 29). Is There a Climate “Spiral of Silence” in America? Yale Program on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https://climatecommunication.yale.edu/publications/climate-spiral-silence-america/

(2) Ballew, M. T., Uppalapati, S. S., Myers, T., Carman, J., Campbell, E., Rosenthal, S. A., Kotcher, J. E., Leiserowitz, A., & Maibach, E. (2024). Climate change psychological distress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collective climate action in the U.S. Npj Climate Action, 3. https://doi.org/10.1038/s44168-024-00172-8

(3) Sattler, D. N., Graham, J. M., Whippy, A., Atienza, R., & Johnson, J. (2023). Developing a Climate Change Risk Perception Model in the Philippines and Fiji: Posttraumatic Growth Plays Central Role.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2). https://doi.org/10.3390/ijerph20021518

(4) Daeninck, C., Kioupi, V., & Vercammen, A. (2023). Climate anxiety, coping strategies and planning for the future in environmental degree students in the UK. Frontiers in Psychology, 14.
https://doi.org/10.3389/fpsyg.2023.1126031

(5) Bechard, E. (2025, July 18). Mental Health and Climate Change: Talking to Kids About the Texas Floods and Other Unthinkable Disasters. Momscleanairforce.org.. https://www.momscleanairforce.org/mental-health-and-climate-change-talking-to-kids/

(6) Italie, L. (2025, June 25). The emotional toll of climate change is broad-ranging, especially for young people. AP News. https://apnews.com/article/climate-change-anxiety-grief-resilience-a9049734b8b6498fb2cd6631f1f6360e

(7) Kluger, J. (2025, April 29). 3절 8번과 동일

(8) Sarner, M. (2022, April 12). “I was enjoying a life that was ruining the world”: can therapy treat climate anxiety?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2/apr/12/climate-anxiety-therapy-mental-health

(9) Gunasiri, H., Patrick, R., Garad, R., Enticott, J., Meadows, G., & Snell, T. (2024). Coping with the Mental Health Impacts of Climate Change: A Green Script for Sustainable Action. Sustainability, 16(3).
https://doi.org/10.3390/su16031022

(10) Ye, Y. (2024, November 22). 3절 4번과 동일

(11) Sarner, M. (2022, April 12). 4절 8번과 동일

(12) Ballew, M. T. et al. (2024). 4절 2번과 동일

(13) Wray, B. (2022, May 3). 3절 14번과 동일

(14) Italie, L. (2025, June 25). 4절 6번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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