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키워드로 소개하는 장애학
사회적, 학제적, 실천 지향적, 해방적
(이 글은 저자 김도현의 <장애학의 도전> 중 ‘장애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챕터의 글을 다수 인용했다.)
대부분 장애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자연스럽게 장애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의 연상작용 또한 장애인이라는 개인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장애학은 오로지 장애인 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학문이 아니다. 장애학은 사회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장애학의 주목적은 한 개인을 장애인으로 부르는 사회에 대한 탐구이다.
‘사회적’이라는 키워드는 장애학에서 아주 중요하고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다. 장애인을 영어로 번역하면? ‘disabled peole’이다. ‘할 수 없게 된’이라는 수동태의 표현은 이미 ‘할 수 없게 만드는’ 작용을 가한 무언가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장애인들은 그들 자체가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할 수 없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고, 이처럼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학의 초점은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이 무언가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에 맞춰진다. 문제의 원인이 장애인의 몸이 아닌 사회에 있다고 본다. 장애학은 장애인을 다루지만 개별화된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장애인이 아닌 사회적 존재로서의 장애인을 다룬다.
장애 문제는 철학적이기도 하고 역사적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며, 또한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즉 장애학이 학제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장애 문제가 총체적 성격을 지니며, 인간이 지닌 다양한 보편적 문제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장애라는 현상이 인간 일반의 문제에 ‘부차적으로’ 덧붙여져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함축한다.
장애학의 목적은 학문의 학술적인 관심이나 앎의 성취에 있지 않다. 장애학의 목적은 오로지 실천을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가 장애학의 궁극적 지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장애인 차별 철폐’내지 ‘장애해방’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행함’으로서의 장애학에 내재되어있는 구성적 일부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문단이다. 저자는 무언가 결정을 내리거나 어느 편에 서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와 안정이라고 상정 짓는 중립의 태도와 객관성의 긍정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해방적 장애 연구’라는 연구 방법론을 제시하며 그 연구 접근법으로 ‘편파성’과 ‘당파성’을 당당히 주장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객관성과 중립성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객관성에 지나지 않으며 , 더 많은 것들을 가진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지키고 있는 것은 바로 중립을 인정받을 힘이란 것이다.
외부의 판단자가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데 은밀하게 내재되어 강요되고 있는 힘은 중립성과 객관성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중립성과 객관성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당한 준거기준으로 보이겠지만 권력자의 보따리를 감추는 보이지 않는 장막의 역할을 수행한다. 언제부터 올바른 시각의 전제는 항상 객관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생겼을까? 애초부터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자의 추의 무게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데 말이다.
객관성이라는 것 또한 완전히 절대적일 수 없으며 평가되는 선상에 누구와 누가 서있는지에 따라 절대치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객관성 또한 그저 ‘다수가 정한 기준치의 합일’ 일뿐이다.
이외에 저자가 제시한 ‘해방적 연구 접근법’의 두 번째 핵심은 장애인과 장애학자의 관계론적 접근방식이다. 장애학자와 장애인은 ‘관찰하는 주체’와 ‘관찰당하는 대상’이 아닌, 장애해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콜라보 미션을 수행하는 콜라보 레이터 즉, 공동작업자로서 함께 소통하고 논의하는 실천적 관계이며 수평적 관계로서 상호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장애학자는 관찰자나 외부자가 아닌, 유기적 지식인이며, 장애 연구의 과정과 결과 또한 장애인 대중에게 해방적이어야 하며 장애해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장애학은 소수자의 권리옹호에 대한 정당한 편파성을 주장함으로써 기존 사회의 가치 체제에서 벗어난 해방적인 학문이다.
4가지 키워드를 짧게 함축하여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장애학은 장애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학문이 아닌,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불리게 만든 우리 사회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학 또한 장애인만이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며, 비장애인 또한 사회적 장애인 모델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장애학은 비장애인과(장애학자 외에 인권운동가 등) 장애인 대중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실천 지향적 학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장애학은 장애인 대중의 사회적, 개인적 해방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있다.
(그러니 장애인만이 장애인권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애인권 당사자주의는 장애학에서 주창하는 ‘해방적 연구 접근법’과 맞물릴 수 없으며, 우리는 당사자주의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