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쓰레기가 될 수 없다
전에 아끼던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책을 읽은 다음, 자신의 블로그에,
쓰레기 같은 책이다, 돈이 아깝다, 실망했다... 등 서평을 적었더니
저자가 와서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뭐라고 남겼어?" 했더니,
"읽어줘서 고맙다고 ..."
... 순간, 가슴이 쿵 했다.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명저자라고 해서 악플에 아무렇지 않고 마음 다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선
오산이다. 그게 누구든 나쁜 소리를 들으면 언짢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는 업무로서도 글을 쓰고,
개인적으로는 두 권의 공저, 다섯 권의 단독저서를 썼다.
글쓰는 일로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인세를 지급 받는 프로 작가이기도 하다.
여러 권의 책을 꾸준히 써오면서 내가 깨닫게 된 가장 큰 교훈은,
세상 어디에도 쓰레기 같은 책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설사 책 자체가 아쉬울 수는 있어도
그 안에서는 언제나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배울 것이 있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에게
쓰레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 이 사람은 누군가가 공들여서 쓴
책을 읽고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아끼고 좋아하던 마음이 주춤거려졌다.
그가 말한 책은 나도 읽은 책이었다.
전작에 비하면 살짝 아쉽지만 분명 나름대로 좋은 책이었다.
전작이 너무 유명하면 사실 그 다음에 나오는 작품은
더 크게 기대하면서 읽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것이다.
글을 자주 쓰다보면 그만큼 활자에도 익숙해지기 마련인지라,
나는 책을 읽을 때도 오탈자가 자꾸 눈에 들어오고,
문단의 어색한 부분이나 번역의 매끄럽지 못 한 부분도 거슬린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늘 배우려고 노력한다.
정말로 읽기 싫은 책에서도
이렇게 글을 쓰면 읽기 싫어지는구나 하고 배운다.
어색한 문장을 보면 이렇게 표현하면 문장이 어색해지는구나 생각하곤 한다.
쉽게 쓰여지는 시를 부끄럽다고 말한 윤동주가 생각난다.
쉽게 쓰는 책이 어디있던가.
... 부디 책 쓰는 이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