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
지금 나는 정말 가고 싶었던 곳에 와 있다.
여기에 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성장하겠다는 확신이었다.
그동안 매사에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잘한다'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부족했다.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방향이 맞을까, 이 방법이 최선일까.
더 나은 선택이 있음에도 모르고 지나친 건 아닐까.
이제는 다르다.
각자의 전문성이 분명한 사람들이 있다.
실험과 피드백 속도가 빠르고
자유롭게 충돌하지만 그 속에 안정감이 흐르고
결정의 맥락이 숨겨지지 않는 곳
상상만 해왔던 장면들을
나는 요즘 매일 보고 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정답을 빨리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헷갈리고 더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문제를 어디까지 정의해야 하는지
가설을 얼마나 날카롭게 세워야 하는지
지금 가장 큰 임팩트가 무엇인지
높은 기준 안에
내가 계속 놓이게 되면서
부족함도 더 또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의견이 부딪혀도 안전하다는 감각이다.
첫 미팅에서 문제 하나를 두고
팀 안에서 의견이 갈렸다.
반대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질문은 방어 없이 오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이 팀이 왜 단단한지 알게 됐다.
같은 방향으로 몰입하는 눈빛들 속에서
평가하는 시선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고
빨리 쓸모 있어지고 싶은 욕심이 따라온다.
하지만 이 조급함 마저
성장의 일부가 될 것 같다.
이들은 결정을 서두르지 않고
PM을 혼자 뛰게 만들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충분히 충돌한 뒤에 움직인다.
매일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망치고 싶지 않다.
내가 제대로 된 곳에 와 있다는 증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