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제일 어려워!

60대 후반의 스마트폰 배우기

by 이서명

나는 한평생 손으로 일해 왔다. 시설관리직으로 일하면서 배관을 손보고, 전기 문제를 해결하고, 잔고장을 찾아내는 게 내 일이었다.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면, 내가 한 일이 눈앞에서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니,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시설관리 일자리도 예전 같지 않았다. 전화 한 통으로 끝나는 일이 없었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었다. 현직에 있을 때 같았으면 직원들한테 시키기라도 할 텐데, 이제는 그럴 위치도 아니다.


"카톡으로 업무 내용을 전달받고, 사진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면접관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이 한 마디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 저는 컴퓨터 같은 건 잘 못 하는데..."

라며 머뭇거리자 면접관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겠다고.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기초반'에 등록했다. 하지만 첫 수업부터 난관이었다. 강사는 윈도우 화면을 띄우고 마우스를 움직이며 설명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우스를 오른쪽 클릭하세요."라고 해서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클릭했다가, 옆에서 수업을 듣던 6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웃으며 "아니, 버튼을 오른쪽으로 눌러야 해요."라고 알려줬다. 나는 그제야 이해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컴퓨터보다 더 어려운 건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카톡으로 보내는 연습을 하는데, 잘못 눌러서 화면이 엉뚱한 데로 가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어이쿠, 이게 왜 이래?"라고 하면 강사가 달려와서 설명해 줬다. 나뿐만 아니라 또래 사람들도 비슷했다. 강사는 매번 교실을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우리를 도왔다. 그런 강사에게 너무 미안해서 수업 때마다 커피며, 과자며 간식들을 사다 날랐다.


첫 달은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배운 건 다 날아갔고,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3개월 동안 같은 강의를 반복해서 들었다. 두 번째 들을 때는 좀 나아졌다. 카톡을 겨우 보내게 되었고, 세 번째 들을 때는 문서 작성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배우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스마트폰 기능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좋은 시설관리 자리가 있는데, 해볼 생각 있나?"

나는 당연히 한다고 했다. 면접을 보러 가니, 이번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업무 사항을 카톡으로 주고받고,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가능하시겠어요?"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관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몇 번 조작해 보였다.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급여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예전에는 손으로만 했던 일이 이제는 손과 스마트폰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 되었지만, 나는 거기에 적응했다.

사람들은 늙으면 새로운 걸 배우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배웠다. 다만,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배운 것은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법이 아니었다. 나도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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