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멈춰야 할까

계속 떨어지는 면접

by 이서명

구두 공장에서 45년을 일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기술을 배우러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기술 하나만 제대로 배우면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내 손에서 만들어진 구두를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걸 보면 뿌듯했고, 무엇보다 일이 손에 익을수록 능률도 올랐다. 그렇게 30대, 40대를 보냈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맞춤 구두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시장은 값싼 기성화로 채워졌다. 공장도 하나둘 줄어들었고, 남은 곳마저 주문량이 줄어들며 점점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던 중, 결국 다니던 공장이 폐업했다.

그래도 나는 자신이 있었다. 경력이 40년이 넘었으니 어디서든 써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두 공장을 나와보니, 세상은 내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애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기술이 필요조차 없어졌다.


퇴직 후 몇 달은 그냥 집에서 쉬었다. 평생 일했으니 한두 달 정도 쉬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허전했다. 5시만 되면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일어나서 할 일이 없었다. 내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아내도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당신은 뭐라도 좀 하지 그래?"

그 말을 듣고 나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직 사이트를 뒤적였고, 경비원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처럼 보였다.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해온 덕분에 체력은 자신 있었고, 규칙적인 생활도 맞을 것 같았다.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3일만 교육받으면 된다고 했다. 취업할 생각을 하고 다녀서 그런지 온갖 곳에다 경비원들이 있었고, 이렇게 봐서는 어렵지 않게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음 면접을 본 곳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20~30대만 뽑는단다. 경비는 나이 든 사람들만 하는 거 아니었나?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면접을 본 곳에서는 70세 이상을 선호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존 근무하시는 분들이 다 70대라서 젊은 사람이 있으면 못 어울린단다. 어이가 없었다.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하더니, 이번엔 너무 어려서 안 된단다. 세 번째 면접에서는 대놓고 "이런 일 해보신 적 없으시잖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경력이 없으면 안 된단다. 경비도 경력이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의 말도 일리 있었다. 경력 없는 사람은 적응 못하고 금방 그만둘 확률이 높단다.


40년 넘게 공장에서 일했지만, 내 경력은 경비원 세계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면접에서 떨어진 게 몇 번이 되다 보니, 점점 입사지원하려고 전화 거는 것 자체도 두려워졌다. 다시 이력서를 넣으면 또 탈락할 것이고, 또 면접관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계속 집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 동생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쉬고 있으면 잠시 와서 일 좀 거들어달라고 했다. 7월이라 땡볕에 힘들긴 해도 면접 떨어질 일은 없으니 마음은 편했다. 몸을 움직이는 건 자신 있었고, 차라리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게 속 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그냥 좀 쉬면 안 돼? 그렇게까지 일해야 해?"

언제는 뭐 좀 해보라더니, 쉬면 안 되냐고?

나도 쉬고 싶다. 하지만 막상 손을 놓으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일하는 동안에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이제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걸까?

한 달 뒤, 나는 다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다시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또 고개를 숙이며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해보려고 한다. 나는 아직 61살이다. 완전히 멈추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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