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좀 쉬어!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제까지 쉴까?

by 이서명

상담실 문이 열리자 바깥에서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여자는 낡은 패딩을 단단히 여몄다. 짙게 드리운 주름과 거칠어진 손이 그녀가 걸어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자리에 앉았고, 그 옆에 앉은 딸은 나(상담사)에게 어제 연락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설명했다. 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이제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상담실 한쪽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날짜를 세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그녀는 쉰다는 말이 낯설었다. 쉬면 뭐하지? 뭘 해야 하지? 그녀는 일을 해야 했다. 살아온 내내 그랬다.

“저… 일자리 알아보러 왔어요.”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단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펼쳤다. 딸은 한숨을 쉬며 어머니를 바라봤다.

“엄마, 제발 무리하지 마. 하루에 세 시간 정도만 해. 돈 많이 받으려고 하지 말고. 100만 원 넘는 일은 하지 마.”

여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딸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딸은 엄마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마치 이제 엄마가 돈을 많이 벌 능력이 없다는 듯이 들렸다. 이제 엄마는 무리하면 안 되는 나이라는 듯이 느껴졌다.


그녀는 청소일을 7년이나 해왔다. 그 전에는 식당에서도 일했고, 시장에서 장사도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신문을 팔던 적도 있었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살면서 아이들을 키웠고, 학교에 보냈다.

작년에 허리가 아파서 1년을 쉬었다. 처음에는 편했다. 몸을 누이면 마음도 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지나면서 그녀는 점점 투명해지는 것만 같았다.

가끔 거울을 볼 때면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늙었나? 내가 이렇게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나? 몸이 아프다고 쉬면, 정말로 쉬게 되는 건가? 이제는 일할 곳도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밖으로 나갔다. 걸었다. 그리고 다시 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저는 할 수 있어요.”

딸이 불안한 표정으로 상담사를 쳐다보았다.

상담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떤 일을 찾고 계세요?”

“청소 일이요.”

딸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엄마…”

여자는 딸을 돌아봤다. 속이 끓어올랐다. 엄마가 왜 일을 하려고 하는지, 엄마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할까? 엄마는 아직도 스스로 살아갈 힘이 있다는 걸 말해야 할까? 딸은 엄마를 걱정하는 것이었지만, 엄마에게는 이걸 설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처였다. 그 말이 던지는 의미는 너무 컸다.

‘이제 엄마는 약한 사람이야. 이제 엄마는 쉬어야 해.’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렇게 살 수 없었다.

“저는요,”

여자가 입을 열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어요.”

딸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구직신청서 작성을 안내했다. 그리고 몇 가지 일자리를 추천해줬다. 청소 자리였다. 그녀는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 할 수 있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그녀는 허리를 세우고 말했다.

“일자리를 주세요.”

딸이 조용히 엄마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지만, 그녀는 그 손을 조심스레 뺐다. 그리고 상담사를 향해 다시 말했다.

“일하고 싶습니다.”


결국 그녀는 상담사가 소개한 건물 청소원으로 취업해서 2년째 신나게 일을 다니고 있고, 얼마 뒤 72세 남편도 상담사에게 데리고 와서 일자리를 좀 구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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