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면접 불합격
취업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쪽에서 상담사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몇 번이고 찾아온 곳이었다. 나는 이제 68세가 되었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오랜 시간 일했다. 그때는 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내 자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했고, 나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퇴직 후에도 한동안은 일이 있었다. 공무원 시절 지인의 소개로 임원 운전기사, 주차관리 같은 일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일자리는 점점 찾기 힘들어졌다. 결국, 지난달 사업주가 정중하게 퇴사를 권유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올 순간이었다. 그래도 막상 그 순간이 오니 막막했다.
“이번에는 고시원 관리인 자리가 있습니다. 다만 급여가 기존보다는 좀 작아요.” 상담사가 말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일단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다면, 버틸 수 있다면 해야 했다. 면접장은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했다. 임원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은 꽤 친절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일을 하셨군요. 책임감이 강한 분 같습니다. 우리랑 잘 맞을 것 같아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 정도 분위기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안도감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검토하셨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어렵다고 하네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네?” 내가 되묻자,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덧붙였다. “입사지원 서류는 오시면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일해보자고 하더니, 하루 만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탈락이라니. 그러면 처음부터 면접을 보라고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온갖 서류는 다 떼오라고 하면서 헛된 기대를 품게 만들고,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내던지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취업센터가 소개해준 자리였다.
그 길로 취업센터로 갔다. 상담사를 마주하자마자 쏟아내고 싶은 말들을 다 해버렸다.
“왜 이런 회사를 소개해줘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하게 만드십니까?......”
상담사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면접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저희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성? 가능성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사람을 기만하는 것이었나. 어제까지만 해도 될 것 같던 자리가, 하루 만에 나이 때문에 가로막혀 사라졌다. 나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기회라고 주어진 것 같아도, 막상 다가가면 허상일 뿐이었다.
상담사는 미안하다는 듯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이 더 화가 났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억울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일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