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온통 사기꾼들이네.

나 이 자격증 꼭 딸 거야!!!

by 이서명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나처럼 경력 없는 사람도 취업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나. 조경기능사, 산림기능사—요즘 정부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지 않았나. 산불감시원, 공원 관리인, 도심 녹화 사업까지. 학원에서는 "이거 따면 100% 취업 보장"이라며 등을 떠밀었다. 광고에는 은발이 성성한 노인이 환하게 웃으며 안전모를 쓰고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딱 내 모습 같았다. 자격증 하나만 따면 저렇게 일할 수 있는 거구나.


시험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모르는 용어가 많아 헷갈려서 늦은 나이에 새벽까지 공부했고, 기계 다루는 실기에서는 젊은 사람들보다 손이 느려서 애먹었지만 나머지 공부해 가며 열심히 했다. 나도 한때 기술자로 일했었고,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자신 있었다. 강사도 "나이 드신 분들이 더 꼼꼼해서 잘해요!"라며 용기를 줬다.


자격증을 손에 쥔 날, 뿌듯했다. 아내에게 자랑하자 "그 나이에 뭘 새로 배워서 일까지 하겠다고 그러냐"며 반응이 시큰둥했다. 무슨 소린가? 학원에서도, 구청에서도 일자리가 많다 하지 않았나. 나는 당장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채용 공고를 찾기 시작했다. 구직 신청해 둔 취업센터의 상담사도 구인공고를 수시로 보내줬고, 같이 머리 맞대고 이력서, 자기소개서도 멋들어지게 썼다.


산불감시원, 공원 관리원, 조경 보조원. 분명 채용 공고는 많았다. 그런데 하나하나 지원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지원서를 내도 연락이 없고, 겨우 면접을 가도 "경력이 없으시네요"라며 돌려보냈다. 경력이라니? 학원에서는 자격증만 있으면 바로 취업된다고 하지 않았나.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함께 학원 다닌 동기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다들 비슷한 처지였다.

"경력이 없다고 떨어졌어."

"아는 사람 없으면 힘들대."

"구청에서 뽑는 거? 거긴 이미 다 내정된 거래."

"시청 공고는 작업반장한테 잘 보여야 된데."

그제야 알았다. 공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뽑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걸. 학원에서 말한 '취업률'이라는 것도 실상은 형식적인 숫자 놀음이었다. 일부는 용역 회사에서 간단한 보조 업무를 하는 걸로 취업으로 집계되었고, 일부는 공공근로나 단기 알바 수준의 일자리였다. 정작 내가 원했던 산불감시원 같은 일자리는 인맥 없이는 불가능한 자리였다.


화가 치밀었다.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자격증을 땄는데, 정작 일은 없는 거다. 광고에서는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 지원 사업이랍시고 돈을 쏟아붓지만, 결국 혜택은 극소수에게 돌아간다. 학원들은 노인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벌고, 우리는 허망한 희망을 품고 그들의 고객이 된다.


나는 1년 동안 20곳 넘게 지원했지만, 한 군데서도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생활비는 바닥을 드러냈고, 가족들의 눈초리도 싸늘해졌다.

"아직도 일 못 구했어?"

"그렇게 자격증 딴다고 난리 더니, 뭐가 달라졌어?"

내가 잘못한 건가? 늦게 시작한 게 잘못인가? 아니면 정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건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텔레비전에서는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을 홍보하며, 성공 사례를 내보냈다. 그런데 화면 속 사람들은 모두 특수한 경우였다. 나 같은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세상 온통 사기꾼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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