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왜 이러는 걸까?

아파트 미화원의 텃세

by 이서명

내가 아파트 청소 일을 시작한 건, 그럭저럭 괜찮은 일자리를 찾던 끝이었다. 혼자서 장사도 해보고, 식당에서 설거지며 주방 보조도 해보고, 건물 청소도 해봤다. 이제 와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덤비겠나. 그냥 몸 쓰는 일이라도 하면서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 했다. 그래서 아파트 청소 일을 구했다.


면접은 금방 끝났다. 경력이 있다니 좋다고 했다. 아침 일찍 나와서 계단이며 복도를 닦고, 단지 주변 정리하는 일이다. 솔직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처음엔 익숙한 환경에서 편하게 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출근한 첫날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머, 새로 오신 분이에요?"

관리실에서 소개받고 인사를 하러 갔더니, 먼저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놓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대충 내 나이를 가늠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일부러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참 묘했다.

"어휴, 연세가 좀 있으신데... 이 일, 힘들어서 오래 못 하실 텐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이걸, 여기서 같이 일 할 사람들한테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웃으며 넘겼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계속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청소 구역을 나눠주는데, 내 구역이 유독 넓었다. 계단도 많고, 쓰레기 배출 구역도 포함된 곳이었다. 처음엔 뭐, 나중에 조정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며칠을 지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것도 몇 번 들었다.

"괜히 사람 뽑아가지고, 우리가 더 힘들게 생겼네."

"나이 많으니까 금방 그만둘 거야. 괜히 챙겨줄 필요 없어."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나보다 몇 살 아래 거나, 많아 봤자 내 또래일 텐데. 나도 이 일, 처음 하는 거 아니다. 그런데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어느 날은 일부러 대걸레를 숨겨놓기까지 했다. 나한테 배정된 청소도구가 이상하게 자꾸 사라졌다. 그러면 관리실에 가서 다시 받아야 했고, 그 시간만큼 청소는 밀렸다. 그걸 또 트집 잡는다.

"일이 좀 느리시네."

그날은 정말 화가 나서 입을 열 뻔했다. 참았다.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 더 피곤해질 것 같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계속된다는 거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됐다. 우리는 다 같은 처지 아닌가. 다들 돈 벌려고 일하는 거 아닌가. 나이 먹어서 일자리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끼리는 제일 잘 알 텐데. 그런데 왜 이렇게 서로를 배척하는 걸까.

어느 날은 일부러 쉬는 시간에 한마디 던져봤다.

"우리도 다들 힘들잖아요. 서로 좀 도와가면서 하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었다.

"힘들면 나가시면 되잖아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디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우리끼리 왜 이러는 걸까.


그날 집에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런 일로 계속 스트레스받으면 나만 손해다. 그냥 참고 넘겨야 하나. 아니면 관리실에 이야기해야 하나. 그런데 애초에 이 나이에 갈 곳이 얼마나 된다고.

나는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려고 이 일을 시작했을 뿐인데. 나는 그저, 우리끼리라도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 나이 되어서까지 이렇게 사람들 눈치 보면서 일해야 한다는 게, 서글펐다.

퇴근길에 문득, 길거리에서 쓸쓸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을 보았다. 나도 저렇게 될까. 저들도 나처럼 어디에서든 밀려난 사람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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