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작업반장에서 경비원으로
건설 현장에서 16년을 일했다. 처음엔 막일꾼으로 시작했지만, 기술을 배우고 현장 분위기를 익히면서 점차 작업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루 열두 시간 넘게 뛰어다니며 일하면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은 벌었다. 그 돈으로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도 하나 장만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일이 뚝 끊겼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반장님, 지금 일이 없으니까 실업급여를 받든, 다른 일을 하시든 좀 하고 계세요. 일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처음엔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몇 달만 쉬었다가 다시 일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봐도 다들 “지금 일감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65세. 젊었을 땐 아무렇지 않았던 나이지만, 이제 현장에서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경비원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건설 일은 몸을 많이 써야 하지만, 경비 일은 그래도 좀 덜하지 않을까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한다고 해서 알아봤다. 그런데 조건을 듣고 나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24시간 대기, 교대 근무, 월급 200만 원. 대충 따져보니 시급 4천 원이 좀 넘는 것 같다. 16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일당이 20만 원, 적어도 16만 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던 내 입장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24시간 대기하면서 월 200이라니요?”
일자리 상담을 해주던 사람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비 일자리가 다 그렇습니다. 숙직 시간도 포함이라 실근무 시간은 적다고 보시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24시간 일터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한 달에 200만 원 준다고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생활비가 그보다 더 나가겠어요.”
상담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실 요즘 경비 일자리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 사람 모집하는데 40~50명씩 면접 보러 가시는 게 현실…”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16년을 건설판에서 버티면서 온몸을 갈아 넣었는데, 이제 와서 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 머리가 복잡했다. 내 인생이 한순간에 바뀐 것도 아니고, 사실 이런 현실이 올 걸 조금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갑자기 바닥으로 내려갈 줄은 몰랐다. 젊었을 때야 몸을 쓰면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써도 돈을 못 버는 상황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가 물었다.
“어때? 일자리 알아봤어?”
나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거실 한가운데 멈춰 섰다.
“글쎄… 내가 일하는 시간이 16시간인데, 돈은 200만 원밖에 안 준대.”
아내가 한숨을 쉬었다.
“요즘 다 그렇다더라.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그 말에 또 화가 치밀었다. 없는 것보단 낫다니. 정말 그런 걸까? 내 16년이, 내 노동이, 내 경험이 한 달 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두고 고민해야 할 정도로 초라한 것이었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노동 시장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하루 24시간을 잡아먹는 일자리라면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만큼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장을 떠난 지 이제 몇 달이지만, 세상이 너무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