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야 하는 걸
퇴직 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거듭해서 묻게 되었다. ‘왜 나는 노후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사실 나는 한 곳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아니다. 젊은 시절 택시 운전을 했었다. 손님을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며 하루 벌이를 계산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고,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그래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다. 하지만 택시 기사라는 직업이 하루가 다르게 피곤해졌다. 장시간 운전에 몸이 지치는 것도 문제였지만, 밤낮없이 도로 위를 달려야 생활이 유지되는 일이었다. 사고라도 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렇게 5년을 채우고는 차를 반납했다.
그때 마침 인쇄공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쇄소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한 곳이었지만, 공장 특유의 규칙적인 삶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하는 생활. 일이 많을 때는 야간조까지 교대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정해졌다는 게 좋았다. 인쇄기 조작법을 익히고, 종이를 나르고, 활자를 정리하며 10년을 보냈다. 기술을 배우면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출판과 인쇄업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그렇게 직장을 잃었다.
마침 그 시기가 우리나라 건설 경기가 살아나던 때였다. 건설 현장에서는 사람 손이 필요했고, 나 같은 사람도 쉽게 일할 수 있었다. 인쇄소에서 일했던 경력은 의미가 없었지만, 배워가면서 할 수 있었다. 하루 벌이가 괜찮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자재를 옮기고, 정리하고, 필요한 곳에 나눠주는 단순한 일부터 시작했다. 생계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장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흘렀고 현장관리직을 하다가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60이 넘어 버렸고 다른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나를 찾는 곳이 없어졌다. 그나마 있는 건설 현장에서는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힘도 빠지고, 속도도 느려진 나 같은 사람은 점점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젊을 때는 생각도 안 해봤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
‘왜 나는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그때그때 벌이가 좋은 곳으로 옮겨 다니며 살아온 것이 문제였을까?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인쇄소에 있을 때, 컴퓨터가 보편화될 것을 알았더라면 미리 기술을 배웠을까?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다른 기술이라도 익혔더라면 지금 이렇게 막막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먹고사는 게 급했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해야 했고, 미래보다는 당장의 급여가 중요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결국 이런 상황이 되었다.
요즘 나는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이대에 맞는 일자리는 한정적이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생각한다. ‘이 나이에 내가 뭘 배울 수 있을까?’ 젊었을 때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머릿속에 새로운 걸 집어넣는 것도 쉽지 않고, 내가 배운 걸 써먹을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나는 여전히 길을 찾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미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도, 지금은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야 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