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쌓아온 기술, 이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by 이서명


같이 일하다가 경비원으로 직업을 바꾼 친구가 소개해줘서 OOO무료취업센터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약간 어두워 보이는 형광등 불빛이 깜빡였다. 작은 상담실에는 몇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갖가지 서류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는 게시판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 들어왔는데도 괜스레 숨이 차서, 크게 심호흡을 한 번하고 앞에 있는 직원에게 취업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방문하셨어요?" 직원이 벌떡 일어나며 오래 만난 듯 답을 해줬다.

"목수 일 찾고 있습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안쪽 상담실로 안내됐다. 작은 방에는 책상 하나와 컴퓨터 한 대가 있었고, 상담사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그를 맞았다. "어떤 일자리를 찾고 계신가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손을 깍지 꼈다. 긴장했는지 손마디가 거칠고 두툼하게 느껴졌다. 나무를 만지던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도면을 펴놓고 나무를 재단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이 되었다. 전기톱 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귀에 익숙했다. 50년을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나무를 자르고, 짜 맞추고, 건물 한 채 한 채를 세웠다. 내 손이 닿은 곳은 튼튼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이곳 상담실에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상담사는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요즘은 건설경기가 안 좋아서 목수로 취업하시기 힘들 거예요. 빠른 취업을 원하시면 경비나 건물관리, 청소는 어떠세요?"

순간 온몸이 굳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아직도 20대 애들보다 일을 잘하는데."

상담사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요즘 현장은 많이 변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업체들은 빨리 조립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해요. 무엇보다 요즘은 건설 현장 자체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50년을 갈고닦은 기술이 쓸모없다고? 눈앞에 상담실 벽이 아닌 건설 현장을 떠올렸다. 시멘트 가루, 나무에 스며든 습기와 톱밥 냄새, 망치를 내려칠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동. 그 모든 것이 그의 삶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단 말인가?


방 안은 조용했다. 상담사는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듯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라고요? 경비랑 청소?"

상담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논 바닥밖에 없던 oo에 있는 건물 중에 내 손이 닿은 건물이 어디 한 두 개뿐인가? 그 건물들 사이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아직도 나는 일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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