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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 딸에게

서문

by 이서온 Mar 07. 2025


아들(딸)아.


세월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아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젊었을 땐 시간이 끝없이 흐를 것만 같았다.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고, 언젠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언젠가'는 한 번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살면서 수없이 듣던 말들이 있다.

"건강이 제일이다."

"돈이 다가 아니다."

"회사는 널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 말들을 귀에 닳도록 들었지만, 정작 내 것이 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몰랐을까? 왜 그렇게까지 애써 외면해야 했을까?


나는 회사를 위해 살았다. 가족을 위해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회사가 먼저였고, 돈이 먼저였다. 가족과 시간을 보낼 기회는 많았지만 지나쳤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지금 와서야 그 모든 게 후회된다.



아들(딸)아,


나는 훈계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겪은 후회를 너는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다. 삶이란 결국 뻔한 진리를 깨닫고 나서야 후회하는 일의 연속이더라. 그래도 너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단순히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새로운 교훈도 아니다. 그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직접 부딪혀 보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온전히 알기 어렵다. 네가 나와 같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젊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후회로 남았다. 일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회사는 나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 돈을 벌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건강을 소홀히 했던 날들이 결국 내 삶을 흔들었다. 친구가 많다고 자랑했지만, 힘든 순간에 남아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교훈으로 삼으라고 강요하지 않겠다. 단지, 네가 조금 더 빨리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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