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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버지가 아들, 딸에게 주는 편지

by 이서명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회사가 나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건강과 가족, 인간관계가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알고 있는 것들'을 삶 속에 온전히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쓴 책 『쉬라니, 어떻게?』에서는 ‘일과 자기 자신이 하나가 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일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문득 '정말 이게 맞나?', '나는 왜 이렇게 되었지?' 하는 의문을 느끼며 흔들리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역시 그런 질문과 마주했었지만, 명확한 답을 찾기보다는 그저 덮어두고 살았다. 아마도 여전히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 『알고 있어도 겪고 나서 알게 되는 것들』은 그렇게 덮어두었던 질문을 이제라도 다시 꺼내, 삶의 본질을 조금 더 빨리 함께 느끼고 깨닫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같은 질문을 품고 조금 더 먼저 살아본 아버지가 있다면 어떨까? 우리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대신 전한다면, 그는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아버지가 아들, 딸에게


세월이 이렇게 빠른 줄 정말 몰랐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젊었을 때는 늘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지만, 뒤돌아보니 그 ‘언젠가’는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들이 있다.

“건강이 제일이다.”

“돈이 다가 아니다.”

“회사는 널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는다.”

너무 흔하고 뻔해서 오히려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그 말을 직접 겪고 나서야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를 위해 살았다. 그게 가족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고, 또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정말 이게 맞나?',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질문이 들었다.

사실 그 질문을 덮어두고 지내온 세월이 꽤 길었다.


돌이켜 보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는데도 놓쳤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었지만 어색해서 입을 닫았다.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했고, 직장에서의 성취에 따라 나 자신을 평가했다.

회사는 끝까지 나를 책임지지 않았고, 수많았던 인간관계 중에 정작 내 곁에 남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너희에게 이런 말을 직접 하기는 쉽지 않았다.

혹시라도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았다고 해서 너희가 똑같은 질문을 덮어두며 살아가길 바라진 않는다.

너희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물어봤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이 질문을 더 일찍 품고 살아간다면,

어쩌면 너희는 나보다 조금 더 삶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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