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BGC 편
마닐라에는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보다는 개를 기르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화를 나눠보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인식이 널리 펴져있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고양이보다는 개들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들을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지도 않는다. 이곳에도 많은 길냥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연스레 도시에 녹아들어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가 일을 하는 BGC에도 꽤 많은 길냥이들이 살고 있다. 마닐라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공원이나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고, 비교적 여유로운 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꽤 자주 길냥이들을 먹이고 있는 캣맘 - 캣파더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맙게도 이곳의 길냥이들은 사람과 부대끼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궁핍한 이들도 고양이들을 홀대하지 않기에 길냥이들이라고 한들 딱히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끼 때부터 사람의 손을 타고 자란 길냥이들도 많아 손만 내밀면 내게로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적 거린다. 지금부터 몇몇 인상 깊은, 이미 내 삶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길냥이 몇몇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리핀에서 나름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Max’s Restaurant는 지점이 워낙 많아 길을 오가다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꼭 맥스 레스토랑이라고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에 저녁이면 줄이 끊이질 않고, 기다리는 이들을 위하여 식당 초입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곳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맥스 레스토랑에선 당최 벤치를 차지하기가 어렵다.
한 놈은 사람을 신경도 안 쓰고, 한 놈은 응? 뭐 어쩌라고? 이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자리를 양보할리 만무하다. 이 동네 소문난 미묘들이라고는 하나… 이 둘은 언제나 손님들을 강제로 집사로 만들어 버린다.
샹그릴라 호텔을 가운데 두고 3번가와 5번가 사이에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도 꽤 많은 식당과 카페가 있고 크고 작은 야외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길냥이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늘 이 아기 고양이가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이 녀석이 자리 잡고 있는 테이블에 있다. 언제나 낮은 곳은 마다하고 사람 가슴팍 이상 높이의 테이블에 올라가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날은 이 아깽이를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눈높이에서 시체 마냥 잠들어 있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던 날이다. 자려면 좀 내려와서 잘 것이지… 이놈도 사람이라곤 전혀 신경 쓸 줄을 모른다. 에휴, 내가 조심하고 다녀야지…
매일 아침을 해결하는 맥도날드 한켠에 사람을 유독 경계하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맥도날드 베너 밑에다 새끼를 낳았다. 새끼를 낳고는 태도가 180도 돌변하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들고 쉴 새 없이 스킨십을 시도하는가 하면 때론 꾹꾹이도 마다 않는다. 새끼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이 모두 사라져 무슨 일인가 했더니 새끼들은 맥도날드 직원들이 사무실로 옮겨 따로 돌보고 있단다.
이미 새끼들이 사람들 손을 탄 탓인지 요즘에는 새끼들은 돌보지 않고 매일 가게 앞 테이블에 올라가 잠만 자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머금으려는 순간순간 이 엄마 냥이는 이내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곤히 자다가 시시때때로 자세를 바꾸는데, 그 자세가 가히 가관이다. 아래는 샘플 몇 장-
기회가 되면 더 많은 길냥이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따로 거둬 먹이는 식구들이 있는데, 그네들은 다들 아직 경계를 풀지 않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이 녹록지 않기에-
늘 하이스트릿을 어슬렁거리는 사담과 후세인의 사진과 함께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그럼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