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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lip Jul 19. 2020

일상에 관하여 (1) - 식물원에 가기

자의식과잉,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심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었는데, 그냥 고이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하였다. 그저 일상을 회복하였음에 감사하며, 지금부터라도 긍정의 글을 쓰고자 한다. 여차하면 감정의 배설물을 쌓아둘 뻔하였던 이 공간이, 그래도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로 적이나마 행복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선은 매일 반복하고 있는 일들부터 담아내 보기로 하였다.



 집에서 대략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서울 식물원이 생겼다. 따릉이를 타고 입구까지 이동하여 둘레를 한 바퀴, 내부를 한 바퀴 돈다. 그날그날 차이가 있지만 대략 걷기를 마치면 만 오천보의 걸음을 걷게 된다. 늘어난 허리-정확히는 복부의 둘레를 느끼며 더 이상 벨트가 필요 없어져버린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걷는다. 그저 걷는다.


 마음이 내키는 날이면 한강 진입로까지 걸음을 옮긴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들을 멍하니 바라본다던지, 한강변을 내달리는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혹자가 바라보면 제정신이 아닌 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상관없다. 나의 일상의 회복은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근 10여 년, 떠돌이로서의 삶, 자신에게만 지나치게 매몰된 의식을 주위로 돌림으로부터 회복을 시작한다. 어쩌면 세상은 생각보도 꽤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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