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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lip Jul 23. 2020

마닐라 일기 (1)

카리에도 스테이션(Carriedo station)



 과거 동양의 진주라 불리었던 마닐라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곳, 현재의 메트로 마닐라에서도 마닐라시(City of Manila)로 분류된 지역은 그리 넓지 않다. 16개 권역, 180만 가량의 인구가 사는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과 동양 최대의 빈민가로 알려진 톤도 지역을 포함한다.


카리에도 스트리트 (Carriedo Street)


 차이나타운이 자리 잡은 비논도(Binondo)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카리에도 스테이션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산타크루즈 교회와 맞닿아 있다. 검은 나사렛 성인의 상이 모셔진 퀴아포 교회에서도 100여 미터 남짓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말이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쪽으론 과거 식민 제독들이 거열식을 행하였던 에스꼴따 스트리트로 통하고, 북으론 차이나타운의 오랜 맛집들로 가득한 옹핑 스트릿으로 이어진다. 허름하고 정신없는 가운데 있을 건 다 있다는 디비소리아 마켓과 168 쇼핑몰, 럭키 차이나타운 몰 등 큰 마켓들도 밀집해 있어 저렴한 예산으로 쇼핑을 즐기려는 이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비논도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던 옛 아치. 지금은 존스 브릿지 건너편에 새로운 아치가 건립되었다.


 빈민가에 가까우며 소매치기가 많아 늘 가방을 꼭 쥐어 싸매고 쫄보 마냥 조심 스래 걸음을 옮기었던 곳, 파식강에 조금만 가까워져도 악취가 풍겨오던 그곳에 묘한 그리움을 느낀다. 버스와 지상철을 즐겨 타던 내게, 올드 마닐라로의 여행을 즐기던 내게 카리에도 스테이션은 시간 관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카리에도 역 아래로 통하는 굴다리. 지프니와 행상들로 가득하다.


 수인성 질병으로 고생하던 마닐라 토착민들의 삶을 개선해 보고자 새로운 상수도 시설을 고안하려 했던 프란시스코 카리에도 제독과 훗날 그의 유지를 받들어 실행에 옮긴 수도사 펠릭스 후에르타 덕분에 마닐라에는 19세기 후반 현대화된 상수도 시스템이 도시 안팎으로 설치되었다. 역전 산타 크루즈 광장에는 카리에도 제독의 이름을 딴 카리에도 파운틴이 자리 잡고 있으나, 아쉽게도 세 번이나 그 자리를 옮긴 탓에 지금은 복원된 분수만을 찾아볼 수 있다.  


산타크루즈 광장 카리에도 분수에서 쉬어가는 마닐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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